[기획] “천재지변” vs “약관상 불가”…여행 취소 분쟁 ‘봇물’
[기획] “천재지변” vs “약관상 불가”…여행 취소 분쟁 ‘봇물’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2.23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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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캡쳐>

#1
대학생 김민석(23)씨는 지난달 초 한 여행사와 베트남 여행 계약을 맺었다. 이달 7일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설 연휴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행을 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여행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여행사가 위약금 80%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 환불해줄 수 있다고 하자 A씨는 “위약금이 과다하다”며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2
올해 대학생이 되는 딸과 오는 17일부터 8박9일 일정의 터키 여행을 가려다 코로나19 우려로 접은 유모(48·여)씨도 비싼 취소 수수료 탓에 마음이 찜찜하다. 여행경비 320만원 중 여행사에서 받은 돈이 절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여행 계약과 관련한 소비자 분쟁을 양산하고 있다. 23일 무소속 이태규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15일 여행 취소로 인한 위약금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124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위약금 구제 신청이 10건에 불과했고, 올해 1월에도 38건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자릿수대로 불어난 것이다.

여행뿐 아니라 돌잔치, 결혼식 등 소비자 분쟁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1월 한 뷔페식당과 돌잔치 계약을 맺고 계약금 30만원을 냈다. 그러나 해당 업체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돌잔치를 6일 앞둔 이달9일 계약 취소를 요청했다.

해당 업체는 위약금으로 95만원을 요구했고, B씨는 국가적 비상사태인 만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는 환불받아야 한다며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5월에 결혼하는 C씨는 계약을 맺은 웨딩홀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웨딩홀은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 취소가 잇따르자 5월에 예정된 예식을 모두 취소하고 식장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며 선지급한 계약금을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C씨는 예식을 그대로 진행하고 싶은데 업체의 사정으로 취소하는 것인 만큼 계약금의 100%를 배상하라고 맞섰다.

이달 1∼15일 접수된 돌잔치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27건, 예식장 관련은 7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돌잔치 피해 구제 신청은 1건에 불과했고, 지난달에는 2건이 전부였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위약금 분쟁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태규 의원은 “가뜩이나 마음 졸이고 있는 국민이 금전적 피해까지 겪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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