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빵, 과자까지…' 생활 속 파고 든 '구독 경제'
[기획] '빵, 과자까지…' 생활 속 파고 든 '구독 경제'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6.26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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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베이커리 정액제 서비스.

직장인 박하늘(30)씨는 전날 정기배송으로 받은 반찬 세트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생수도 매주 정기배송으로 받기 때문에 따로 장을 볼 필요가 없다. 출근길에는 베이커리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매장에 들러 바게트 하나를 간식용으로 가지고 회사로 향했다. 박씨는 “구독경제는 매달, 매주 이용료를 내고 사용자가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공급자로부터 제공받는 것” 이라며 “신문, 방송 서비스나 정수기 같은 렌탈 서비스가 대표적이지만 최근 들어 생수나 반찬처럼 일상에서 필요한 제품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에 이색적인 ‘구독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오프라인 업체들은 가격 할인과 각종 정보를 앞세운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특정 소비 행태를 보이는 고객을 겨냥한 ‘핀셋 VIP제도’도 선보인다. 가격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붙잡고, 단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색 구독 서비스, 맞춤형 회원제 봇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달부터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식품관 제철 과일을 정기 배송해주는 과일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 달 구독료 18만원을 내면, 총 20만원 상당의 모음 과일을 매주 한 차례 3∼5종류의 과일로 구성된 상자로 포장해 집 앞까지 배송해 준다. 신세계백화점은 시범 서비스 결과 재신청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서비스 대상과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 영등포점 식품관에 있는 베이커리 매장 ‘메나쥬리’는 업계 최초로 빵 월정액 모델을 선보인다. 한 달에 5만원을 내면 매일 빵을 하나씩 제공하는 서비스다.

롯데백화점도 노원점에서 지난 4월부터 와인, 빵, 커피를 대상으로 일정 구독료를 내면 매일 또는 매주 매장에서 상품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월 5만원에 매주 와인 한 병씩을 추천, 제공하는 와인 서비스의 경우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초급자들의 관심이 높고 서비스 연장 신청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과자·햄버거까지 정기 구독

구독 서비스는 과자, 햄버거까지 진출했다. 롯데제과는 제과 업계에선 처음으로 과자 구독 서비스인 ‘월간 과자’를 선보였다. 매달 9900원을 내면 3개월 동안 매달 한 차례 롯데제과의 인기 과자와 신제품이 담긴 과자 박스를 받아볼 수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향후 아이스크림에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과자 구독 서비스 론칭을 통해 온라인 사업이 롯데제과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도 SK플래닛과 손잡고 OK캐쉬백 모바일 앱을 통해 햄버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커피(아메리카노) 구독 서비스를 햄버거까지 확장한 것이다. 1주일에 햄버거 한 개씩 매달 정기 구독하는 경우, 4700원을 내면 매주 한 차례씩 킹치킨버거를 살 수 있는 쿠폰이 제공된다. 킹치킨버거가 개당 2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구독 서비스 시 약 60% 저렴한 가격에 햄버거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멤버십, VIP도 핀셋 관리

우수 고객에게 획일적인 혜택을 주던 ‘멤버십, VIP제도’는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겨냥한 ‘핀셋’ 관리로 세분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육류 마니아를 위한 ‘미트클럽’, 맥주 마니아를 위한 ‘맥덕클럽’ 등 7개의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관심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이벤트 행사를 진행한 점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4월 기준 이런 7개 멤버십 회원만 총 30만명을 넘어섰다.

이마트는 밀키트(meal kit·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등이 요리법과 함께 들어 있는 간편식 상품) 브랜드 ‘피코크 클럽’을 지난 4월부터 도입해 할인 쿠폰을 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식품관, 생활 장르에서 각각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VIP고객제도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구독 멤버십 서비스는 갈수록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꾸준히 손님을 확보하고,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장치” 라며 “고객 수요와 취향이 점점 세분화하면서 구독 서비스와 멤버십 제도들도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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