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스름돈 없어요"...'현금 없는 매장' 확산
[기획] "거스름돈 없어요"...'현금 없는 매장' 확산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7.03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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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마켓 자료사진>

 

“저희는 현금 없는 매장입니다…”

경기 수원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박석진(59)씨는 스타벅스 매장을 들렀다가 낭패를 봤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아웃 하려고 1만원권을 냈지만 “현금 없는 매장이라 거스름 돈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박씨는 “휴일이라 지갑을 놓고나와 신용카드가 없어 현금을 냈으나 사용할 수 없었다” 며 “결국 빈손으로 되돌아 왔다”고 하소연했다.

스타벅스는 2018년 7월부터 현금을 받지 않는 ‘무현금 매장’을 운영에 들어갔다. 스타벅스의 ‘현금 없는 매장’은 3일 기준 전국 870개다. 전체 매장(1350개)의 64%에 달한다.

카페뿐만 아니다. 극장, 편의점, 백화점, 패스트푸드점까지 유통·외식업계는 요즘 ‘현금 없는 사회’로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현금 결제보다 편리하고 위생적이어서 좋다”는 긍정적 의견이 있는 반면 “일방적인 현금 안 받기는 불편하기도 하고, 계층별·세대별 불평등 문제도 있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

현금 없는 매장이 증가하는 건 모바일과 신용카드 결제가 대중화된 게 표면적인 이유다.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생적인 비대면 결제를 선호하는 사람도 늘었다.

업체로서는 인건비 절감 이유도 있다. 카페나 식당을 마감한 뒤 현금 정산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페 한 곳을 기준으로 현금 없는 매장이 되면 직원의 근무 마감시간은 평균 1시간, 최대 2시간 줄어든다.

하지만 노년층과 사회취약계층 등 카드나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 통신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영세 상인과 학생들에게는 불평등의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추진한다. 일상 생활에서 동전의 사용을 줄이고 거스름돈을 가상계좌나 선불카드, 카드 포인트 등으로 돌려줌으로써 현금 사용량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는 차원에서다.

이미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에선 금융거래의 투명성, 금융기관의 비용 절감, 지하경제 축소 등을 이유로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선 스타벅스에서 ‘현금 없는 매장’을 도입해 선제적으로 나섰다.

한국은행도 이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부터 편의점을 중심으로 거스름돈을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에 충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거스름돈 계좌입금서비스 활성화에도 적극 나섰다. 이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적립했던 기존의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방식이다.

해외는 어떨까.

‘현금왕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무현금 결제’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이 거스름돈을 직접 주고 받아야 하는 현금 결제 대신, 가급적 접촉면을 줄일 수 있는 신용카드나 모바일페이 등으로 결제 수단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MMD연구소가 지난 4월 22일 일본의 스마트폰 이용자 5530명을 대상으로 지불 방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금 이용이 줄었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반대로 모바일 페이와 신용카드 결제는 각각 79%, 54%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산대에서 최대한 접촉을 줄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일본 정부가 펼친 정책 노력도 한 몫했다. 신용카드 등 무현금 결제는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일본 사회는 전통적으로 현금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선진국 경제에 걸맞지 않은 ‘캐시리스(현금없는 사회)후진국’ 이란 국제적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며, 지난해 10월 소비세율(한국의 부가가치세)을 인상(8%→10%)하면서,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무현금 결제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적립 정책을 한시적으로 운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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