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으로 끝난 원유값 논란...가격연동제 손질해야
봉합으로 끝난 원유값 논란...가격연동제 손질해야
  • 더마켓
  • 승인 2020.07.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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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업계와 낙농가 사이에 줄다리기가 팽팽했던 원유(原乳)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고려해 올해는 동결되는 대신 내년 8월 ℓ당 21원을 올리는 선에서 가닥을 잡았다.

22일 우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유가공협회와 낙농가는 전날 원유 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위원회를 열고 올해 가격 동결·내년 8월 인상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에 합의했다. 낙농가는 당초 생산비가 오른 만큼 ℓ당 21∼26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코로나 19 여파로 매출이 뚝 떨어진 우유업계의 ‘동결 또는 인하’ 주장에 부딪혀 수개월간 협상이 공전됐다.

원유의 기본 가격은 통계청에서 매년 5월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정해진다.
우유 생산비 변동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이 같은 원유가격연동제는 구제역 직후 낙농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정부 주도로 상생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문제는 저출산 등으로 인해 우유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업계 입장에서는 낙농가 생산 비용을 지속적으로 보존해줘야한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해외 유제품의 국내 수입량까지 늘고 있어 우유업계로선 안팎 곱사등이 신세인 셈이다.

양측이 내년 8월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21원 올리기로 합의하면서 내년 여름에는 우유 가격 줄인상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 근본적으로 원유 가격 산정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유 수요는 시대적 상황이나 기호에 따라 들쭉날쭉하는데 낙농가로부터의 공급은 무조건 수용해야한다면 업계의 지속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 낙농가 입장에서도 판로와 가격 인상이 보장되니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우유는 남아도는 데 소비자들은 비싼 우유를 마셔야하는 불합리가 빚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 뿐 아니라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원재료와 이를 가공하는 업계간 수요-공급 구조가 왜곡돼있다면 제품 생산 및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우유업계의 경쟁력도 갉아먹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원유값이 질 좋은 치즈, 버터 개발과 같은 R&D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조직화된 낙농가 집단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소비자와 우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10년이 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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