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값, 9년만에 역대 최고가…미중 갈등에 금 수요 몰려
[기획] 금값, 9년만에 역대 최고가…미중 갈등에 금 수요 몰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7.26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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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파티를 벌이는 가운데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 금값은 9년 만에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역대최고가로 거래된 금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18개월 내 금값이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값이 조만간 온스당 2000달러 넘어설 것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0.4% 오른 온스당 1897.50달러에 계약이 체결됐다. 거래 체결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전 최고가는 2011년 8월 22일 온스당 1891.90달러였다.

금 현물가격도 장중 1903.94달러까지 상승해 2011년 9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1921.17달러에 근접했다.

코로나가 재확산 하면서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추가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 되자 안전자산 중에서도 금리 변동의 영향을 안 받는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 금값이 2011년 9월6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1923.7달러)는 물론 200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추진과 국제유가의 점진적인 안정세로 물가상승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높게 보는 것도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인 금 가격의 상승 요인이다. 물가가 올라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이자가 없는 금의 투자매력은 더 높아진다.

지난 2011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2008년부터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품시장 관계자들은 일부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서면서 금값이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각국의 경기부양 움직임, 미중 갈등이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계속되며 금값이 조만간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테랑 투자자이자 투자회사 모바우스 캐피탈의 창업자 마크 모비우스는 “금은 이자가 붙지 않아 기준금리가 제로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나는 금을 지금도 사고 있고, 앞으로도 살 것”이라고 말했다.

BOA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값이 18개월 내에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한 뒤 여전히 이런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달러 약세로 동반 상승을 해온 구리와 은의 가격은 하락 반전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한 이날 구릿값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1.86% 하락한 톤당 6389.5달러로 마감했다. 산업금속인 구리는 경기선행지표로, 특히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민감하다. 구릿값은 지난 3월 톤당 4626달러에서 6월말 6000달러를 돌파했다.

은은 금과 달리 산업용 수요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경기회복 국면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띤다. 따라서 구리와 은 가격의 하락 반전은 흐름을 좀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세계경기 회복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성격이 다른 금과 구리 가격이 나란히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금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투자자들이 안전 피난처를 찾기 때문에 금값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신투자증권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너도나도 돈을 풀고 있는 상황에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이 안전자산인 금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 더해지며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금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상승랠리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도 모르다.

미국이 지금까지 결코 좌시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달러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외완 보유고에서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것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을 지켜냈던 미국은 이로 인해 금값이 치솟자 2011년 하반기 금 거래를 위축시키기 위해 두 차례에 걸친 증거금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떨어지지 않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4000억 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단기금리는 올리는 공개시장 조작 방식이다.

이 정책의 타깃은 바로 ‘금’ 이었다. 단기금리가 오르자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락하면서 이틀만에 1900달러대에서 1600달러대로 20% 이상 추락한 것이다.

2012년 중국이 미국에 맞서며 금 보유고를 늘려가자 미국은 2013년 4월 세계 금시장의 5분의 1을 넘어서는 금 600t 이상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 가격을 찍어내렸다. 세계 시장에 미국 연준에 맞설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었다.

최근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종이 금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 금 총량에 비해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너무 많다보니 실물 금을 확보하려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달러 약세와 금 고공행진을 언제까지 연준이 용납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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