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소비 확산(상)] '구독 불가능한 상품 없다'...전 업종으로 확산하는 구독 서비스
[구독소비 확산(상)] '구독 불가능한 상품 없다'...전 업종으로 확산하는 구독 서비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8.02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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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마켓 자료사진>

 

물건을 ‘구매’ 후 ‘소유’하는 시대에서 ‘구독’ 후 ‘경험’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목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일정액을 내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이른바 ‘구독소비’ 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구독경제의 성장률은 다른 시장에 비해 매우 빠르고 시장 규모 또한 그에 맞춰 급성장하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2016년께 4200억 달러(약 516조원)였던 구독경제 시장은 올해 5300억달러(약 6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독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결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 ‘주오라’는 경험 중심의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소유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국내 구독경제가 워낙 초기 단계이다 보니 수익 모델로 삼기보단 고객 유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더마켓은 국내 구독경제 소비의 실태와 개선 방향에 대해 2회에 걸쳐 심도 있게 짚어봤다.

◆생활속으로 파고 드는 구독경제 서비스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민석(32)씨는 현관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7시, 김씨는 현관문을 열고 밤사이 배송된 와이셔츠와 물, 도시락을 집안으로 들여놓는다. 매주 3장씩 깨끗하게 세탁돼 다림질까지 마친 셔츠가 배송 온다. 다 입은 셔츠는 문 밖에 내다놓으면 업체에서 알아서 수거해간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한 달에 5만4000원.

물 역시 정기 배송해 마신다.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한 달에 1만8800원이면 530㎖ 생수 40병을 배송 받는다. 충분히 마시고도 남을 양이다. 게다가 정기 배송을 신청하니 60병을 서비스로 줬다.

출근 준비를 마친 김씨는 아침에 들여놓은 도시락을 들고 출근을 한다. 최근 체중 관리를 시작한 김씨는 현미밥과 메인 요리로 구성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한 달 구독비용은 17만원이지만, 계약기간을 늘이면 할인 폭이 커진다.

김씨는 “모든게 구독이 가능해 생활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며 “구독경제가 크게 활성화되면 서비스 이용료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김씨 처럼 구독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등이 늘면서 유통업계가 다양한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커피와 빵, 양말 등 매일 소비하는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언택트 시대의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펀샵을 통해 양말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펀샵은 양말 전문 브랜드 ‘미하이삭스’와 업무 제휴를 맺고 3개월 또는 6개월의 배송 기간 동안 매달 새로운 디자인이 반영된 질 좋은 양말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구독 고객 수에 맞춰 정해진 수량만 생산해 재고 부담과 유통 마진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용, 스트릿, 베이직 등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고 수량도 1~3켤레까지 선택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즐기는 식빵도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뚜레쥬르는 이번주부터 월 구독료 7900원을 내면 주 1회 프리미엄 식빵 1종을 받을 수 있는 식빵 구독 서비스를 진행한다. 1만9900원에 하루 1잔의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커피 구독, 4만9500원에 커피와 샌드위치를 받는 모닝 세트 구독도 함께 운영한다. 기존 가격보다 50~80% 할인된 가격인 데다 다른 제품을 추가로 구매할 시 5%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구독 서비스를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구매 편의성을 높여 고객이 경쟁사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록인효과(Lock in effect)’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 불가능한 상품 없다’…너도 나도 구독경제 서비스 진출

최근 전국 각지의 전통주, 집에 걸어둘 그림 등 이색적인 상품을 내세운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소비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구독 서비스의 편리함과 맞아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구독할 수 있는 술담화는 지난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구독자 수도 10배가량 증가했다.

술담화는 월 3만원대의 구독료를 내면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택한 술 2~4병을 칵테일 레시피 등이 적힌 큐레이션 카드, 스낵 안주와 함께 집으로 배송해준다.

술담화를 이용 중인 직장인 한모(25) 씨는 “다음 달에 어떤 술이 올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며 “구독은 나를 위한 소소하고 꾸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픈갤러리도 지난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4% 증가했고, 구독자 수도 83% 늘었다.

오픈갤러리는 작가 1000여 명의 작품 약 3만점을 기반으로 3개월마다 벽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독료는 그림 크기에 따라 월 3만원대부터 20만원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소속 큐레이터의 상담과 추천을 통해 그림 선택을 어려워하는 구독자를 돕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해설 서비스도 지원해 그림을 잘 몰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선한 꽃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데일로즈도 지난 5월과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80%, 40% 늘었다. 구독료는 꽃 분량에 따라 1회 5000원대부터 시작한다.

이 외에도 ‘식탁이있는삶’이 운영하는 온라인 식품몰 ‘퍼밀’은 지난 6월 과일 정기 배송 서비스 ‘달콤박스’를 출시했으며, 롯데 제과도 ‘월간 과자’에 이어 ‘월간 나뚜르(아이스크림)’를 마련했다.

이처럼 이색 구독 서비스가 관심을 얻는 것은 다양한 소비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경제의 핵심은 한 카테고리에 속한 다채로운 상품들을 편리하게 경험해보는 것” 이라며 “정기 구독은 다양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니즈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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