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소비 확산(하)] '정가보다 싸다'는 성장 한계...일정한 품질관리 중요
[구독소비 확산(하)] '정가보다 싸다'는 성장 한계...일정한 품질관리 중요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8.03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더마켓 자료사진>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단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매출 확대와 고객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구독 서비스들은 비슷한 재화를 두고 단순히 할인 혜택만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실하게 차별화된 전략 부재 시, 자칫 과열된 할인 경쟁으로 유통업계의 수익성 악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가보다 싸다’ 마케팅으론 성장 한계

국내 기업들의 구독 서비스는 하나 같이 ‘정가보다 싸다’는 점만 내세운다. 빵이나 과일, 과자, 햄버거 등은 특정 기업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다양하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이 구독을 유지하게끔 만드는 가치 또는 특전이 부족한 셈이다.
미국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최소 1년간 구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최대 80~90%가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구독 형태만 취해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 식품 시장 구독경제가 워낙 초기 단계이다 보니, 기업들이 구독경제 자체를 수익 모델로 삼기보단 고객 유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원두커피 브랜드 ‘세븐카페’를 한 달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내달 7일까지 세븐일레븐 모바일 앱을 통해 세븐카페 월정액권 2개월(8∼9월) 분을 50% 할인한 1만원에 판매한다.

파리바게뜨는 커피 또는 커피&샌드위치 세트를 한 달 동안 매일 제공하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30일 동안 이용할 경우 개별 구매가격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각종 카드할인과 회원가입, 행사일정 등을 잘이용하면 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 며 “국내 기업들의 구독경제 서비스는 가격할인을 통해 충성고객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 대표주자인 넷플릭스의 성공 이유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고품질의 오리지널(자체제작) 콘텐츠에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며 “품목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이곳에선 뭔가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야 구독경제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독서비스 중단 잇따라…일정한 품질 관리 중요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제품 판매가 아닌 ‘구독 서비스’라는 특징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신규 구독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구독 이탈자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쉽게 싫증을 느낄 수 있고,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언제나 구독을 종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독경제 기반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애경산업은 기초화장품 브랜드 ‘플로우’로 운영하던 화장품 구독서비스를 지난해 말 중단했다. 화장품 구독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정기구독을 신청한 소비자에게 2주에 1회씩 제품을 큐레이션(선별)해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지난 2017년 플로우 브랜드 신규 론칭과 함께 도입해 운영해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브랜드 론칭 초기 구독서비스를 시작해 운영하다가 시장성이 미비하다고 판단해 현재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비슷한 시기 외부 제휴를 통해 진행하던 구독서비스를 이듬해 종료했다. LG생활건강은 당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스트라입스를 통해 남성화장품 브랜드 ‘젠톨로지’와 ‘페리오(오랄케어)’, ‘엘라스틴(헤어케어)’ 등 생활용품 일부를 구독서비스로 제공했으나 1년도 안돼 사업을 접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당시 지분 투자를 했던 외부 업체와 협력 형태로 구독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운영했으나 제휴사측 결정으로 해당 서비스를 종료해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 구독서비스는 상용 고객을 확보해 매출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정기 비용을 내고 소진할 때까지 계속해서 해당 업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선 결제를 통해 코로나19로 실적이 대폭 꺾인 기업들의 매출을 늘려주고 해당하는 혜택을 다 누리지 못할 경우 낙전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수익모델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한에 가까운 상품이 쏟아지고 저가 경쟁 넘쳐나는 시장 상황에서 소비자를 한 곳에 묶어두는 전략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사들이 코로나19 이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는 할인만 강조하고 있고 수익모델이 부재하다” 며 “판로 개척이나 수익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구독경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구독 서비스는 무엇보다 일정한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렌탈형 구독서비스의 경우 빌려줬던 제품이 상태가 엉망이 된다면 유지 관리비가 과도하게 들어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에 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