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시 찾아온 '코로나19'..."손님 끊기고 생계 막막"
[르포] 다시 찾아온 '코로나19'..."손님 끊기고 생계 막막"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8.24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더마켓>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3월보다 더욱 안 좋은 상황이다. 손님이 아예 끊기고 식당가는 거의 마비됐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5) 씨는 요즘 한숨이 더욱더 깊어졌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등이 풀리고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며 5∼6월에는 매출이 조금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요즘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됐고, 이에 따라 기업 회식은 물론 가족 단위 외식도 급감했다. 시민들은 집단감염 우려에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어 일부 식당 등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실제로 24일 정오쯤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역 인근 식당가는 대부분 한산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두 테이블 이상 손님이 자리한 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손님이 아예 없어 직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는 매장도 있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3월로 다시 돌아간 분위기” 라며 “이 동네 식당가는 요즘 저녁이면 암흑으로 변한다”고 한숨 쉬었다.

중국집을 찾은 김모(33)씨는 “사람들이 없는 식당을 찾다가 자장면을 먹게 됐다”며 “요즘은 사람들이 많으면 안가게 된다”고 불안해했다.

PC방, 노래연습장, 뷔페식당 등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영업이 정지된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19일 0시를 기해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PC방, 노래연습장, 뷔페, 유흥주점 등 12개 시설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은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받았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성명을 통해 “PC방이 왜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돼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과 언급 없이 오로지 ‘PC방 운영 중단’ 이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전국 약 1만곳의 PC방이 가맹한 국내 최대 규모의 PC방 연합이다.

이번주 컨벤션·결혼식 등 대형 행사를 기획했던 호텔과 마이스 업계 피해도 극심한 상황이다. 전시컨벤션 전문기업 ‘베페’에 따르면 당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베이비페어’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이 회사는 100억원 규모 손해를 보게 됐다.

이번 주말 결혼식을 앞둔 특급호텔들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 A특급호텔 관계자는 “하객이 50명 이상인 결혼식은 이를 넘어가는 인원을 다른 연회장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면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방역당국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지만, 당장 이번 주말에 예정된 결혼식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에는 소상공인들이 생존 위기로 몰리면서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한 노래방 업주는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 “영업 5년 만에 코로나19로 문을 닫는다”고 글을 썼다.

한 PC방 점주는 “조만간 세금도 내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하는데 영업을 못 하게 돼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다”면서 “매월 나가는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는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은 올해 2~3월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 당시 충격으로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경험했고 아직도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매월 18∼22일 소상공인 24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기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체감경기지수(BSI)는 1월 66.7에서 3월 29.3까지 하락했다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등 효과로 5월 88.5로 반등했지만 7월엔 68.1로 다시 하락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부 뷔페 영업장은 영업정지 조치가 언제 해제될지 기약이 없는 만큼 생존을 위해 뷔페 영업을 포기하는 대신 직원이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식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고급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은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19일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손님이 음식을 직접 가져가지 않으면 뷔페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