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월세 400만원인데 손님 하루 한 테이블… 이대론 문 닫아야"
[르포] "월세 400만원인데 손님 하루 한 테이블… 이대론 문 닫아야"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9.03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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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테이블 받았습니다.”

2일 오후 8시 40분쯤.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인근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종대(55)씨는 점포 밖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오늘 손님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돌려 텅빈 매장을 가리키며 “보다시피 손님이 없다”며 “월세가 400만원인데 저녁 7시쯤 한 테이블 받아 2만4000원 매출 올린게 전부”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길거리에 세워둔 ‘에어라이트(풍선 입간판)’을 접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에는 장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화로구이’ 고깃집도 오후 9시가 채되지 않았는데 간판 불이 꺼졌다. 출입문을 잠그고 나오는 관계자에게 “오늘 장사 좀 됐냐”고 물었더니, “단속 나와냐. 공 쳤다. 코로나가 밤 9시 이후에만 걸리냐”고 투박하게 말한 뒤 발걸음을 제촉했다.

영업제한 시간인 밤 9시 되자 주변 음식점들은 불이 모두 꺼졌고, 상권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 이곳은 저녁시간이면 대학생과 직장인, 인근 아파트 주민 등이 몰려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2.5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벼랑끝으로 몰린 자영업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다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까지 더해져 관공서와 금융권,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상권은 피해가 더욱 크다. 사실상 ‘점포 폐쇄’ 수준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자영업자 등이 사실상 저녁 장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해 저녁 시간대뿐만 아니라 전 시간대에서 사실상 고객이 급감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실제로 2일 찾은 전통시장 분위기는 흉흉했다.

서울 동대문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동대문시장) 상권 특성상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새벽에 손님이 몰려든다” 며 “밤 9시는 ‘초저녁’ 인데, 이때 문을 닫으라고 하면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올해로 15년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55)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우리는 낯과 밤을 거꾸로 사는데, 한참 장사할 시간에 문을 닫으면 어떻게하냐”며 “내일부터 당분간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도 운영이 중단되면서 청소년들이 즐겨 찾던 분식집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서 분식집을 운영중인 한 업주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 가기 전에 많이 들렀는데 이제 거리에서 학생들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면서 “분식집 7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고 했다.

이른바 ‘술장사’를 하는 주류업종은 패닉 상태다.

주류업종은 보통 오후 6시쯤 오픈해 새벽 2∼3시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 학동에서 실내포차를 운영하는 박모(43)씨는 “어제 공쳤는데, 오늘도 손님이 없으면 이번주 문을 닫을 것”이라고 투덜댔다.

앞으로가 더 고비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실시할 경우 일반주점·커피 전문점도 민간다중시설로 분류돼 문을 닫아야 한다.

◆피해 소상공인 특별대책 시급

자영업자들이 벼랑끝에 몰렸다.

코로나19 사태 7개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내수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던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 이태원과 명동, 강남 등 주요 상권에는 ‘임대’ 팻말을 내건 점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로 여름휴가철 특수마저 사라졌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 진입하면서 하반기 자영업 경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자영업자수도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총 554만8000명이다. 지난해 7월(567만5000명)보다 12만7000명(2.2%) 줄었다.

이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34만5000명)는 지난해 7월(152만명)보다 17만5000명(-11.5%) 줄어들며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11만4000명 감소(전년 대비)했지만, 올 들어서는 감소 폭이 17만6000명(1~7월 평균)으로 확대됐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8만1000명(전년 대비)이 늘었는데, 올해는 10만2000명으로 증가 폭이 확대했다.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외식 업계는 정부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1일 긴급 성명을 내고 “피해 소상공인 업종에 대한 임차료·인건비 지원, 세금 감면,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조속 지급 등 구체적인 특별대책을 속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강요할 순 없겠지만 건물주들이 20∼50% 사이에서 임대료를 감액해주는 ‘제2의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지자체는 50만∼100만원 수준의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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