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5만원권 찍고 또 찍어도 품귀...현금은 자금추적 어렵고 증여·상속 쉽다
[기획] 5만원권 찍고 또 찍어도 품귀...현금은 자금추적 어렵고 증여·상속 쉽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09.2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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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확충의 일환으로 5만원권 발행 규모를 예년에 비해 4조원 이상 확대했지만, 한은으로 다시 돌아오는 5만원권의 비율은 역대 두번째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와 저물가로 현금을 보유해도 실질가치 변동은 크지 않아서다. 현금은 자금추적은 어렵고 증여와 상속은 쉽다.

◆5만원권 찍고 또 찍어도 품귀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총 16조5827억원의 5만원권을 발행했다. 이 중 한은으로 다시 돌아온 5만원권은 4조9142억원에 그쳐 29.6%의 환수율을 기록했다. 올해 한은이 공급한 5만원권 10장 중 7장 이상은 소재 파악이 안되고 있는 셈이다.

5만원권 발행이 시작된 2009년(6월) 이후 2010년부터 작년까지 같은 기간의 평균 발행액은 12조5617억원으로 올 들어 예년에 비해 4조210억원 증액 발행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9년간의 평균 환수율(54.1%)을 크게 밑돌면서 지난 2014년(22.7%) 이후 두번째로 낮은 환수율을 기록 중이다.

환수율 감소로 올 들어 시중에 실제 증가한 순발행액 규모는 11조6683억원으로 작년(5조5038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인출 불가 사례가 속출하는 등 5만원권 품귀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발행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5만원권의 누적 발행액은 230조원에 달한다. 이 중 112조원 가량만 한은으로 돌아와 48.9%의 누적 환수율을 기록 중이다. 50%를 상회했던 환수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통화유통속도(국내총생산/광의통화. 0.61), 통화승수(광의통화/본원통화, 14.85) 등 돈의 순환 상태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2분기 현재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세청 등 관련 당국은 탈세 등 5만원권 수요의 음성화 가능성을 염두,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5만원권 환수율 감소가 단순히 현금 보유 심리가 강회된 데 따른 것만은 아니란 점을 인정한 셈이다.

◆꽁꽁 잠긴 5만원, 왜?

5만원권 환수율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꼽힌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상용 현금으로 5만원을 쌓아두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다른 나라 고액권보다 환수율 낮은 가장 큰 이유는 5만원권은 2009년에야 발행돼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며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화폐를 보유하고자 하는 예비용 수요가 늘어나 환수율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이 경우 세금을 아끼려는 즉, 탈세하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 문제를 지적받자 “고액 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 디지털 화폐 등으로 전체 현금 거래는 장기적으로 줄겠지만, 여전히 현금 거래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관련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5만원권이 (탈세용 거래 같은) 지하경제 용도로 특별히 많이 쓰인다는 얘기는 단정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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