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장품 거리매장들도 '코로나 한파'...명돌 점포들 매출 90% 급감
[르포] 화장품 거리매장들도 '코로나 한파'...명돌 점포들 매출 90% 급감
  • 더마켓
  • 승인 2020.09.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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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2시쯤 서울 명동 중심가에 자리 잡은 ‘미샤 플러스’.

‘미샤 플러스’는 에이블씨엔씨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8월 론칭한 신개념 화장품 전문점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미샤 플러스’에는 더마(약국화장품), 헤어, 색조 분야의 23개 브랜드 170개 품목이 입점했다”며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매장으로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새롭게 론칭한 뒤 매출이 좋아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40여 분간 매장 앞에 머무르는 동안 단 한 명의 고객도 방문하지 않았다.

인근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90%가량 줄었다”며 “명동에 있는 화장품 매장들은 임차료조차 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화장품 ‘로드숍(거리매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고객들의 발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 위기는 숫자로 잘나타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16년 700개가 넘던 미샤 매장은 지난해 말 550개로 대폭 줄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미샤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지난해 1126억원에서 77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앞서 1분기도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564개였던 스킨푸드 매장 수는 지난해 말 68개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더페이스샵은 1056개에서 598개로, 토니모리는 679개에서 517개로 각각 줄었다.

매장 수가 급감하다보니 영업손실 규모도 커가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 스토어 랄라블라는 올 상반기에만 9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랄라블라는 올해부터 매장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 말 기준 140여개였던 매장 중에서 부진 점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드숍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2분기에 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토니모리도 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로드숍 브랜드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로드숍들은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업계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온라인, 면세점, 역직구, 원브랜드숍과 멀티브랜드숍, H&B가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이익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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