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일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자영업자들 "생계 막막"
[기획] 내일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자영업자들 "생계 막막"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12.22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하모(50·여)씨는 오는 25일 시내 음식점에서 친정어머니 팔순잔치를 겸해 가족 송년모임을 가지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려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오는 23일부터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됨에 따라 일반 식당부터 호텔까지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침울한 분위기다. 연말연시 특수 기대가 완전히 꺾였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각각 격상되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이미 영업 정지나 제한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둘째주(7∼13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특히 음식점업 사업장 매출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권오복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은 21일 "지금도 식당 단체 예약은 다 취소됐는데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일선 현장에서는 '죽으라는 이야기냐'는 항의성 전화도 많이 온다"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매년 12월은 연말 특수가 있어 다른 달과 비교해 매출이 120∼130%에 달하는 대목인데 지금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많이 잡아봐야 30∼40%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방역 당국에서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릴 때는 지원 대책을 같이 발표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임대료를 직접 지원해주고 소상공인 대출을 늘려주는 한편 금융권에 내는 대출 이자도 해결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강조했다.

외식업 점주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종로구에서 한식당을 하는 A씨는 “점심 장사가 매출의 전부인데 거리두기 2.5단계 한다는 얘기 나오고부터는 훨씬 힘든 상황”이라며 “거리두기 단계 강화에 동의는 하지만 이번 겨울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한 패밀리 레스토랑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잡혀 있던 가족모임 예약이 적지 않았다”며 “연말 수요를 겨냥해 식자재와 인건비 등을 맞췄는데 갑자기 이런 결정이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음식점 주인은 “그동안 휴업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해왔다”며 “지자체나 시민들이나 더 이상 식당 문을 열지 말라는 쪽으로 내모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뷔페·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는 호텔들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다.

호텔들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이후 뷔페식당 등의 좌석을 30% 정도 줄였고 오후 9시 이후에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특급호텔 관계자는 "3∼4월 코로나19 공포가 컸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선방해왔는데 전국에 확진자 1000명이 넘으면서 예약취소가 잇따른다"며 "올해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유원지에 입점한 상가들은 한계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월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상인은 "수능이 끝난 1~2주는 최대 대목이고 통상 하루 700만~8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왔다"며 "코로나19 발발 전 가장 낮은 매출 기록이 300만원 수준인데 어제는 14만원 벌었다"고 토로했다. 에버랜드에서 8년간 타로점을 운영해온 상인도 "보통 70~100명이 찾던 가게인데 오늘은 6명 정도 왔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불평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