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쿠팡, OTT 시장 진출...'닥투 경영' 또 다른 시험대
[기획] 쿠팡, OTT 시장 진출...'닥투 경영' 또 다른 시험대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0.12.2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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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강자인 쿠팡이 ‘쿠팡플레이’(로고)를 출시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1위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OTT 시장에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했듯이 쿠팡도 ‘한국의 아마존’을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콘텐츠 공룡’인 디즈니가 내년에 국내 OTT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쿠팡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쿠팡이 이날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쿠팡플레이는 월 2900원의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이미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 배송), ‘로켓배송’(무료 신속배송), 30일 내 무료 반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OTT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점유율 1위의 넷플릭스의 요금제가 9500~1만 4500원인 것에 비해 70~80%가량 저렴한 가격도 파격적이다. 몇몇 토종 OTT는 특정 영화를 보려면 월정액 이외의 추가 비용을 요구해서 이용자들에게 원성을 샀는데 쿠팡플레이는 월정액으로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더욱이 쿠팡은 하나의 계정으로 5개의 프로필을 만들어 가족들이 공유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동시 접속은 4명까지 가능하도록 해놨다. 업계 관계자는 “OTT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일단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충성 고객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이커머스 분야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던 쿠팡이 OTT에서도 초반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쿠팡의 OTT 시장 진출은 2011년 OTT ‘아마존 프라임’을 선보여 이를 미국 내 4위 서비스로 키운 아마존과 닮아 있다. 쿠팡은 지난 7월 싱가포르의 OTT 업체 ‘훅’의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지난 10~11월 사이에는 ‘쿠팡플레이’와 ‘쿠팡오리지널’ 등에 대한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하는 등 OTT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왔다.

쿠팡플레이의 등장으로 업계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 순이용자 수는 넷플릭스(792만명)가 압도적이고 웨이브(378만), 티빙(224만) 등 ‘토종 OTT’가 그 뒤를 잇는다. 여기에 쇼핑 앱 월간 순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는 쿠팡이 뛰어들고 내년에는 디즈니, 픽사, ABC, 마블 등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로 무장한 ‘디즈니플러스’까지 합류하면 현재의 순위표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쿠팡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쏟고 보는 이른바 '닥투(닥치고 투자) 경영'으로 기존 플레이어를 긴장시키는 '메기' 역할을 자처해 왔다.

하나 지을 때마다 수천억원 투입해야 하는 물류센터를 전국에 세우며 로켓배송을 만들었고, 음식 배달 앱 '쿠팡이츠'를 내놨을 땐 주문 중개 수수료 할인, 라이더(배달기사) 지급 수수료 상향 등 자금력을 투입해 점주와 라이더를 끌어들였다. 쿠팡플레이 역시 기존 멤버십 혜택에 OTT를 무료 추가해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가입자 확보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쇼핑과 영상의 시너지로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느냐다. 쌓이는 적자를 해결하려면 흑자전환까지 오래 걸리는 쇼핑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고정적으로 이용료 받을 수 있는 종합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영상을 보면서 물건도 사는 미디어 커머스로의 도약도 플랫폼 경쟁력이 확보돼야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와우 멤버십을 이용하면 여간해선 이탈하지 않는 ‘자물쇠 효과’(록인 효과)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쿠팡플레이의 콘텐츠가 아직 빈약한 편인데 향후 자체 제작 영화·드라마 등의 ‘볼만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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