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5) 너도나도 배송경쟁...체질개선만이 살 길
[코로나19 1년](5) 너도나도 배송경쟁...체질개선만이 살 길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1.2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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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박지윤(39)씨는 광화문 직장에서 퇴근 1시간 전쯤 롯데마트 모바일 앱에서 온라인 장을 보고, 퇴근 후 문 앞에 도착한 식재료로 저녁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롯데마트에서 주문 후 2시간 이내 배송하는 ‘바로 배송’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김씨는 “대형마트에서 당일 배송이 된 적은 거의 없었는데, 빨리 배달되는 서비스가 나와 이용하고 있다”며 “퇴근길에 저녁 찬거리를 사러 수퍼마켓 들르는 시간이 줄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유통업계의 ‘배송전쟁’ 더욱 치열해졌다. 짧게는 퇴근 2~3시간 전에만 주문하면 집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어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전 식재료를 주문하면 새벽 시간 문 앞에 도착하는 새벽배송 이외에도 시간을 지정하면 해당 시간에 맞춰 배달하거나 주문 후 수 시간 내에 도착하는 ‘바로 배송’ 등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존에도 식재료 온라인 배송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집 밖 출입 제한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급속도로 앞당겼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에서 두각을 드러낸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채널을 따라잡기 위한 대형마트의 노력이 돋보인다. 후발주자인 롯데마트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수도권 15곳으로 늘렸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달 ‘바로배송’ 서비스 제공 점포(15개)의 온라인 매출이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특히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매출 증가율이 각각 111.3%와 93.9%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신선한 제품이 바로 배달되니 바로배송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오후 2시20분 전까지만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루 배송 건수를 기존 3만3000 건에서 최대 12만 건으로 늘리는 한편 소비자 주문을 받아 장을 보는 담당 사원과 냉장 배송 차량도 대폭 확충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에 배달온 물건을 정리하기보다는 장 본 물건을 정리하며 식사를 준비하려는 고객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점포 내에 물류 공간을 확보하며 온라인 배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SSG닷컴을 통해 주문하면 3시간 이후부터 고객이 정한 시간대에 맞춰 상품을 배송한다. SSG닷컴은 지난해 초 5만건 처리하던 온라인 주문 물량을 올해 6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경기 일부 새벽 배송과 주간 배송 물량까지 합하면 하루 14만 건의 온라인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코로나19로 집밥 문화가 자리 잡으며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5조를 돌파했다. 그런데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오프라인만큼 온라인 소비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온라인 배송 매출이 2019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홈플러스도 당일 배송을 확대한 점포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00% 이상 신장했다.

대형마트의 강점이었던 신선식품 시장에 신흥 라이벌이 나타난 것도 한 요인이다. ‘새벽 배송’을 앞세운 쿠팡(로켓프레시), 마켓컬리 등이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을 땐 온라인 배송을 하지 않는다. 마켓컬리는 이 시간대를 공략하며 급성장했고, 최근엔 쿠팡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백화점, 슈퍼마켓 등도 앞다퉈 배송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식품 온라인몰 ‘투홈’을 열었고, 인근 지역에 1시간 내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한우, 반찬, 과일 등 고급 식재료를 정기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또한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품 전문 매거진 ‘투홈 매거진’의 콘텐츠 확대에도 나선다. 현재 ‘투홈 매거진’ 에서는 현대백화점 식품관 단독 상품의 스토리를 담은 ‘오리진(Origin)’, 흥미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소개하는 ‘나우(Now)’, 나에게 맞는 식품 취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테이스트(Taste)’, 유명 쉐프들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쿡북(Cook book)’ 등 4개의 코너를 통해 매주 4~5개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GS프레시몰은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주문 뒤 최대 3시간 내 배송’ 서비스 이용자가 늘자 배송 차량을 늘리고 있다. 헬스앤뷰티 전문매장인 CJ올리브영도 지난해 ‘오늘드림’(주문 3시간 내 배송)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13배 늘자 온라인몰에서 경품 행사를 진행하며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도 식재료 온라인 배송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집 밖 출입 제한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급속도로 앞당겼다. 집콕, 집밥 현상으로 주춤하던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황이 살아나긴 했지만 온라인 배송 수요 폭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마트들은 이 시기를 기회로 후발주자라는 딱지를 떼 버리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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