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닭·오리 2천만마리 살처분…"치킨값 괜찮을까"
[기획] 닭·오리 2천만마리 살처분…"치킨값 괜찮을까"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1.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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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4개월 가까이 전국을 휘저으며 닭과 오리 사육 농가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경기 여주·용인에 이어 이천시와 충북 진천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살처분된 가금류가 2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지난 201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전국 닭, 오리 사육 농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는 3800여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피해액이 1조원을 넘는 최악의 축산재앙으로 기록됐다.

◆살처분 닭·오리 2천만 마리…"심각한 상황 지속"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가 처음 발생한 작년 10월 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2000만 마리가 넘었다. 건수는 7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닭이 1730만 마리로 가장 많고, 오리가 174만 마리, 메추리와 꿩 등 기타 가금류가 175만여 마리다.

계란 가격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산란계는 1014만여 마리가 처분돼 전체 살처분의 절반이었다.

경기도 이천시는 지난 23일 AI 확진 판정이 난 장호원읍 농장의 산란계 47만8000 마리를 살처분했다. 충남 천안과 전남 무안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산란계 농장에서는 지난 24일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전국 가금류 사육 시설은 모두 6만1000 곳이다. 사육 마릿수는 육계가 7400만 마리, 산란계가 6400만 마리, 오리가 400만 마리 등 모두 1억4200만 마리다. 바이러스의 완벽 차단이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 차량 통제와 축사 안팎 소독, 장화 갈아신기 등 방역 복장 철저인데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야생 조류가 AI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옮기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 이라면서 “지진에서 본진보다 여진으로 더 큰 피해가 나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AI 방역도 지금이 분수령이다”며 농가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닭고기 가격도 불안…방역이 관건

살처분되는 산란계가 늘어나면서 설을 앞두고 계란값은 천장을 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22일 특란 30구 소비자 가격은 6610원이었다. 지난달 15일엔 5583원이었다. 약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산지(産地)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15일만 해도 3432원이었던 특란 30구 가격은 이달 22일 5092원이 됐다. 약 50% 오른 수치다.

유통업계는 결국 구매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지난 15일부터 계란 한 판(30구)을 1인당 1개만 구입할 수 있게 했다.

닭고깃값도 오르고 있다. 육계 소비자가격은 지난달 22일 기준 ㎏당 5859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9% 상승했다. 육계 가격의 상승은 치킨 등 각종 닭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산 계란과 계란 가공품 8개 품목에 대해 위해 오는 6월 30일까지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미국산 신선란 60t을 들여와 공매 입찰을 거쳐 시장에 풀기로 했다.

결국 계란이건 닭고기이건 향후 가격은 AI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방역을 통해 AI 확산을 막는다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설 전후 가격이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계란 가격이 불안하지만 수입 달걀이 풀리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본다” 며 “육계는 공급이 충분한 만큼 가격이 더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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