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파 한단 8000원'...우리나라 밥상물가 1월 기준 OECD 4위
[기획] '대파 한단 8000원'...우리나라 밥상물가 1월 기준 OECD 4위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3.08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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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에 사는 주부 김숙(33)씨는 며칠 전 남편 생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들렸다가 대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3000원 정도였던 대파 한 단 가격이 7500원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장을 보고 나왔지만, 갑자기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에 1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김씨는 “최근 대파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면서 “인터넷 카페에서 주부들이 남긴 후기를 보니 대파 한 단에 1만원이 넘게 팔리는 곳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식생활과 직결된 대파, 양파, 오이를 비롯한 농작물과 고춧가루, 후추, 소금 등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가공식품들의 가격 상승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서민들의 식생활에 위기감 마저 불러오고 있다. 그랴서일까.

올해 1월 한국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8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5% 올랐다.

이는 OECD 전체 평균(3.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37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1%), 칠레(7.8%), 아이슬란드(6.7%)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 식품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월(1.8%)까지만 해도 1%대에 그쳤으나 같은 해 7월 4.3%로 올라서면서 하반기 들어 오름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식품물가는 8월(6.6%), 9월(8.3%), 10월(8.2%), 11월(6.9%), 12월(6.2%)까지 줄곧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2월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월 식품 물가 상승률은 9.7%로 2011년 8월(11.2%) 이후 9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 대다수 국가가 2월 식품 물가를 발표하지 않아 국제 비교는 어렵지만, 전월 3위였던 아이슬란드의 상승률이 6.4%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 상승률 순위는 지난달에 더욱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근 작황 부진에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와 명절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파 가격은 1년 전보다 227.5% 뛰어오르면서 지난 1994년 5월(291.4%) 이후 2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걀 가격 상승률은 41.7%로 2017년 8월(53.3%)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그 외 사과(55.2%). 고춧가루(35.0%), 돼지고기(18.0%) 등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1%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건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모습인데, 작황 부진이나 AI 등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가 올라가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가가 적정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4, 5월쯤 되면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 면서도 “물가가 목표 수준을 훨씬 벗어나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 역시 지난 2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에서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예측은 가능하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계란·채소류 등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과 수급 여건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분 방출과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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