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제도화, 소비자 신뢰 장치 먼저 마련돼야
'소비기한' 제도화, 소비자 신뢰 장치 먼저 마련돼야
  • 더마켓
  • 승인 2021.04.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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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선식품에는 유통기한이 적혀 있다. 식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한인데 유통 과정에서의 변질 등을 고려해 실제 섭취 가능 기한보다 짧게 책정되는 게 특징이다. 정치권과 식품업계에서는 이 보다 기한이 긴 ‘소비기한’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한 기한을 뜻하는 소비기한 제도화는 주로 환경 단체 등에서 요구했던 사항이다. 유통기한이 보수적으로 책정되다보니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소비기한 제도가 정착하면 식제품의 수명이 늘어나 버려지는 쓰레기 양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소비가 가능한데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음식을 ‘앵그리푸드’라고 이름을 짓고 이를 줄이자는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적절한 방법으로 냉장 보관했을 때 계란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25일 전후까지 섭취할 수 있고 우유는 45일, 두부는 90일까지도 섭취가 가능하다. 식당 등 외식업계에서는 소비기한 제도를 환영한다.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길기 때문에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식재료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연구원)이 지난 2월 외식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8%가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낙농가 등 식품업계의 반발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유통점에서의 불완전한 냉장 관리 실태에 따라 변질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도입 이전에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소비기한을 이해하고 식품유형별로 올바르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국회에 관련법이 제출돼 있는 만큼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라고 봐야한다. 식약처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연내 도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통기한 경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고 이미 유럽연합, 호주 등 선진국에서 소비기한 제도가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면 쓰레기 줄이기 차원에서 소비기한 제도 도입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을 근거로 한 식품업계의 반발도 타당성이 없지 않다.

유통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 될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제도화한다고 해도 우유와 같은 신선도 유지가 요구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소비기한 제품을 섭취하다가 탈이 났을 경우 구제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각 제품별로 과학적 검증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기한을 설정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을 좌우하는 제도인만큼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홍보와 교육 등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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