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밥·짜장면 음식값 줄줄이…"얘들아 당분간 외식 접자"
[기획] 김밥·짜장면 음식값 줄줄이…"얘들아 당분간 외식 접자"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5.0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건비, 육류, 공산품, 닭, 유제품 뭐 안 오르는 게 없네요. 그럼 우리도 어쩔 수 없죠. 전 메뉴 1000원씩 올립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가공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외식업계에 이어 자영업자들의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줄줄이 오른 원재료값 부담에 더는 못 버틴다는 분위기다. 라면 등 가공식품업계도 계속되는 원재료 가격 압박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불안한 물가 인상 전방위 확산

5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 가운데 파값이 270%로 전년 동월 대비 가장 상승 폭이 컸다. 달걀 역시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에 따른 산란계 부족 탓에 36.9% 상승했다. 고춧가루와 쌀도 각각 35.3%, 13.2% 가격이 올랐고 돼지고기와 국산 소고기도 각각 10.9%, 10.5% 값이 뛰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가 안정기에 들어갈 때를 기다리자고 수개월째 가격 인상을 미뤄 왔는데 더는 참기 어렵다”면서 “재료값이 2배는 올랐다.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여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서모씨 역시 “원료 거래처에서 저번 달에만 가격을 3번이나 올려 잘 나가는 점심메뉴 가격을 500~1000원 인상했다”고 했다.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은 이미 지난해보다 오른 상태다. 행정안전부의 외식비 집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지역 김밥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오른 2692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김치찌개 백반과 짜장면도 각각 6769원, 5346원으로 4.75%, 4.5% 올랐다.

국제 곡물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며 가공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옥수수값은 30.82% 올랐고 소맥(밀)은 18.74%, 대두(콩)는 11.29% 올랐다. 중국의 대량구매와 주요 밀 생산국의 기상악화 등으로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가격이 오른 곡물값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가공식품과 외식업계 제품 가격을 밀어올렸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활필수품 가운데 두부 제품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뛰었고 식용유와 즉석밥도 각각 7.4, 7.1% 상승했다. 한국맥도날드, 롯데리아, 뚜레쥬르, SPC 등 제빵·외식업체도 일부 제품에 대해 1.5~9%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달 들어서는 CJ제일제당이 컵밥 가격을 최대 8% 인상했다.

가격 인상이 없었던 라면 업계 역시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밀 오름세에 더해 라면의 생산단가를 좌우하는 주요 원재료인 팜유와 소맥분 가격이 최근 1년 새 82.0%, 39.9% 오르는 등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라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특성상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실제 오뚜기는 지난 2월 일부 라면 가격을 9.5% 올리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오뚜기는 2008년 이후 진라면 가격 기조를 13년째 유지하고 있다.

농심 역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지만 내부적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이 커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라면은 2016년 이후 가격을 동결해 왔다.

◆소비자물가 2.3%↑, 3년 8개월내 최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해 3년여 만에 최대로 올랐다. 경기가 풀리면서 농축수산물 물가, 국제유가가 오른 게 영향을 끼쳤다. 당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여 가계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3%(전년동월대비)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7년 8월(2.5%) 이후 3년 8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18년 11월(2.0%)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산물 가격이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석유류 가격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많이 올랐다”며 “여기에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며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4% 올랐다. 지난달 근원물가가 4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선 이후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1% 올랐다.

전체 품목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지수는 2.8% 올라 지난 2017년 9월(2.8%)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4.6% 상승했다. 신선과실과 신선채소는 각각 19.3%, 19.4% 올랐다. 자가주거비(소유 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 지불 비용)포함지수는 2.1% 상승했다.

지출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8.1%), 교통(6.4%), 음식·숙박(1.8%), 기타 상품·서비스(2.6%) 등이 올랐고 통신(-1.8%), 교육(-1.1%) 등은 내렸다.

품목 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3.1% 올라 두자릿수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월(13.7%)보다는 상승폭이 완화됐다.

어운선 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과 경제심리 개선 등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이 있고 지난해 2분기 소비자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도 작용하며 당분간 오름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농축산물 가격의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고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