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번진 '남성 혐오' 논란 과도한 것 아닌가
유통업계에 번진 '남성 혐오' 논란 과도한 것 아닌가
  • 더마켓
  • 승인 2021.05.0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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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식품 업계가 때아닌 ‘남성 혐오’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최근 전용 모바일 앱에 캠핑용 식품 구매자 대상의 경품 증정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가 남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BBQ)도 지난 7일 홈페이지와 공식 SNS 등을 통해 사이드 메뉴 ‘소떡’ 관련 홍보 이미지가 남성 혐오를 일으킨다는 논란에 사과했다.

두 이미지 모두 손으로 소시지를 집는 그림으로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GS25는 온라인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조윤성 사장이 사과하고 포스터를 다시 제작, 배포했다. BBQ 측도 과거 제작된 홍보물이긴 하지만 논란에 사과하고 제작물을 모두 삭제 조치했다. 교촌 치킨도 마찬가지다.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두 손가락으로 잡는 ‘오리지날 치킨’‘레드콤보’ 홍보물 이미지를 삭제했다.

유사한 남성 혐오 논란은 맥도날드, 무신사 등 다른 업체로도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는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는데 페미니스트라는 점에서 남성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다.

패션 쇼핑몰 무신사는 최근 현대카드와 진행한 ‘물물교환’ 이벤트 포스터가 역시 메갈리아 로고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무신사 측은 “남성 혐오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젠더 갈등은 최근 ‘이대남’(20대남성)‘이대녀’(20대여성)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가치 충돌을 반영하고 있다.

여성들은 사회의 차별 현상에 항변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젊은 남성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면서 남성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세태에 분노하고 있다. 문제는 이성적인 논쟁을 넘어 감성적인 충돌로 번지고 있어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G25 파문 등에서 드러나듯 물건을 집는 손가락 이미지가 메갈리아의 남성 혐오적 표현이라고 동일시하는 건 과도하다. 유통업계에서 “지나친 비난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만 하다. 그렇다고 소비자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유통, 식품 업계가 집단적 논란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일단 사과부터 하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어느 때보다 공정성을 주요 가치로 여기면서 젠더 갈등은 언제든 폭발하는 인화성이 강한 이슈가 됐다. 유통, 식품 업계로서는 홍보물 하나를 만들더라도 젠더 민감성을 갖고 제작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소셜서비스를 통해 감성적 대응이 확대재생산되다보니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은 통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 제작된 이미지물까지 뒤지면서 ‘남성 혐오’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는 건 자제돼야 한다.

특정 기업 때리기식 논란이 아니라 건강한 양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남성 혐오, 여성 혐오 논란을 어느 선까지 용인해야하는 지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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