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토마토 참치? 가지 장어? 당근 연어?…대체육 시장 커진다
[기획] 토마토 참치? 가지 장어? 당근 연어?…대체육 시장 커진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5.10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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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식당에서 파는 연어 샌드위치에 든 붉은 생선은 훈제 연어처럼 생겼지만, 당근이다. 계란 샌드위치의 계란은 두부로 만들었고, 베이컨 햄버거의 베이컨은 가지로, 패티는 국내 대체육 스타트업에서 비트, 쌀가루, 완두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것이다. 이곳은 비건(동물성 단백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나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식당을 표방하고 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대체육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국내 식품 회사들은 대체육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미국에서 대체육 비욘드미트를 수입하는 동원F&B는 ‘비욘드버거’가 국내 할인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몰 등을 통해 15만개 이상 팔리자 지난해 ‘비욘드비프’와 ‘비욘드소시지’를 출시했다.

농심이 올 초 내놓은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은 떡갈비, 너비아니, 완자, 탕수육 등 대체육으로 만든 간편 냉동식품 위주다. 롯데푸드는 롯데중앙연구소와 약 2년간 연구 개발 끝에 2019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선보였다.

‘소고기 패티‘로 경쟁을 하던 패스트푸드 업계도 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가 지난달 선보인 대체육 너깃 ‘노치킨 너겟’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신세계푸드의 예상보다 3배 빠른 속도다.

버거킹은 올 초 호주 식물성 대체육 업체 브이2푸드와 손잡고 ‘플랜트 와퍼’를 출시했고 롯데리아는 지난해 대체육 버거인 ‘리아 미라클버거’에 이어 네슬레의 대체육 브랜드 ‘스위트 어스’의 패티를 사용한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도 선보였다.

유통업계도 대체육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7일 대체육 상품 6종으로 구성된 ‘고기 대신’ 시리즈를 출시했다. 곤약과 해조류 등을 이용해 양념 순살 치킨, 돈가스 등과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성수점과 용산점, 월계점 등 22개 점포에 채식주의존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주의존에서는 식물성 원재료만으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동원F&B의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전문 비욘드미트도 입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채식주의존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올해 1~3월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평균과 비교해 점포별로 20~30% 증가했다”고 말했다.

간편식을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도 대체육 상품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CU는 지난달 지구의 날(4월 22일)을 기념해 샐러드 볼 도시락과 콩고기 삼각김밥, 두부 샌드위치 등 대체육을 활용한 간편식 3종을 내놨다. 지난 3~6일 이들 대체육 간편식 매출은 전주 대비 20~35% 뛰었다.

GS25는 지난달 두부를 이용한 대체육 핫바를 선보였고, 이마트24는 지난 2일 콩단백 대체육으로 만든 갈빗살이 포함된 도시락을 출시했다.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2.6%는 대체육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50%에 달했다.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63.2%였다. 이들 중 34.6%는 대체육 맛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41.2%는 보통이라고 말했으며 24.2%는 만족하지 않았다.

이처럼 환경과 동물 복지를 위해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달러(약 5조2664억원)에서 2023년 6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약 1740만달러로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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