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복소비를 잡아라"...총알배송 이어 무료 반품 경쟁
[기획] "보복소비를 잡아라"...총알배송 이어 무료 반품 경쟁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5.11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송 속도에 초점을 뒀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이 반품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다. 제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구매하는 이커머스 특성상 반품률(전체 구매에서 반품이 발생한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반품 과정상의 서비스를 강화하면 비용은 더 들지만 그만큼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공짜 반품’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쓱(SSG)닷컴’이 신세계백화점 상품에 대해 무료배송·반품 서비스를 10일 시행한다. 최근 억눌려 있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이른바 ‘보복소비’ 추세가 이어지면서 패션, 뷰티 등 고가 상품 구매 수요가 백화점을 중심으로 급성장하자 자사 플랫폼을 총동원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선 것이다.

SSG닷컴은 신선식품과 가전을 제외한 신세계백화점 전체 상품 52만여 종을 무료로 배송·반품하는 ‘백화점 배송·반품 올 프리패스’ 서비스를 한다. SSG닷컴의 패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올해 2~3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데 이어 4월에는 20%가 늘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복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SSG닷컴이 백화점 상품 ‘무료배송’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SG닷컴 측은 신세계백화점몰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구매금액, 상품 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료배송’ 쿠폰을 무제한으로 발급하는 만큼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는 아예 무료 반품을 전제로 한 의류 ‘선배송 후구매’ 서비스도 있다. 아마존이 2017년 내놓은 ‘워드로브’는 최대 15종의 의류를 받은 후 마음에 드는 것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반품할 수 있는 유료 회원(프라임) 전용 서비스다. 아마존은 미국 3대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콜스의 전 매장을 무료 반품 플랫폼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유통가에 부는 무료 반품 서비스 경쟁의 진원지는 쿠팡이다. 쿠팡은 2018년 10월 월 2900원의 유료 멤버십 ‘와우멤버십’을 도입하며 로켓배송(직매입) 상품에 대해 무료 배송과 함께 ‘30일 이내 무료 반품’ 혜택을 내걸었다.

현재 쿠팡은 지난달 2일부터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은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원래 무료 배송은 월 2900원의 유료 멤버십(로켓와우) 회원에게만 제공됐다. 로켓와우 이용자는 배송뿐 아니라 반품, 당일배송, 온라인영상서비스(OTT) 등도 무료다. 특혜 중 핵심 서비스를 '맛보기'로 경험시켜 결국은 유료회원으로 넘어오길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런 반품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만만찮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글로벌 물류기업 유나이티드파셀서비스(UPS)의 ‘온라인 구매 소비자 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에서 반품 비용은 상품 가격의 최대 60%에 이른다. 무료 반품 혜택을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 문제도 있다. 티몬이 쿠팡보다 먼저 2015년 시작한 전 제품 무료 반품 서비스를 2년 만에 중단한 것도 물류와 함께 일부 악성 소비자로 인한 기하급수적 비용 증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커머스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쟁이 격화된 신선식품 분야에 초점을 맞춘 반품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위메프 ‘갓신선’, 티몬 ‘신선무료반품’, 옥션 ‘파머스토리’ 등은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무료 반품’을 내걸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실제 반품도 물론 가능하지만 그보다 소비자에게 그만큼 제품 선도를 보증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 경쟁이 치열한 만큼 반품 경쟁도 확산될 것”이라며 “하지만 무료 배송처럼 버텨내기 힘든 ‘쩐의 전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