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갈수록 커진다
소비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갈수록 커진다
  • 더마켓
  • 승인 2021.05.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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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사태가 1년여 지속되면서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고가의 액세서리, 가방, 서비스 등은 매출 규모를 늘리고 있는 반면 중저가 식품이나 서비스업은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양극화는 소득의 양극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가 남긴 그늘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은 백화점 매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같은 고가 명품은 코로나 사태로 해외 여행이 급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에 비해 두자릿수로 성장했다. 루이비통의 매출은 전년보다 33.4% 늘어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첫 정기세일을 진행한 백화점들 매출도 모두 신장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봄 세일 기간과 비교하면 신세계백화점은 34%, 현대백화점은 22%, 롯데백화점은 19%, 갤러리아백화점은 64% 매출이 늘었다. 명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갤러리아 백화점 매출이 급신장한 점이 눈에 띈다.

업계에선 장기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보복 소비’로 분출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명품이나 백화점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 소비자가 비교적 고소득이 보장되는 중상위 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에도 크게 소득에 타격을 받지않은 고임금, 사무직 근로자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중저가 브랜드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2,3위 유통소매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힐러리 정장으로 유명한 미국 프리미엄 여성복 ‘센존’ 오프라인 사업을 23년만에 중단했고, 한섬도 ‘까날리’ 등 중가 브랜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롯대 패션 자회사 롯데 지에프알은 이태리 훌라, 독일 아이그너 사업들을 접었는데 초고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백화점 매장 운영비가 부담이 될 정도로 코로나 피해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 계층은 가성비가 높은 최저가 생필품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가 다시 뜨거운 최저가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까지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10원 전쟁’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는 소득 양극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씁쓸한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분야별로 고르게 성장하기 보다는 코로나 팬데믹에 유리한 IT 업종이나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양극화의 그늘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 양극화가 자칫 사회적 박탈감을 키우고 가뜩이나 균열 양상을 보이는 사회 갈등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유통업계는 초고가, 초호화를 내세운 ‘부자 마케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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