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재 책임 피하려 하나"...쿠팡 불매·탈퇴 확산
[기획] "화재 책임 피하려 하나"...쿠팡 불매·탈퇴 확산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6.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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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물류창고 화재 사건에 대한 임원진과 관리자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분노한다.”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국내 직책 사임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팡에 대한 불매 및 탈퇴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숱하게 제기된 쿠팡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에 이어 이번 화재 사건까지 쿠팡의 부적절하고 미흡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일 오후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쿠팡 탈퇴라는 내용이 포함된 트윗은 10만건 이상 게재되고 리트윗됐으며, 트위터 이용자들은 상세한 쿠팡 탈퇴 방법을 설명하거나 탈퇴 인증샷을 공유했다. ‘쿠팡 탈퇴’ 트렌드는 2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서 사라졌지만 ‘새벽배송’과 ‘쿠팡물류센터’가 트렌드 상위를 기록 중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비난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쿠팡은 배송기사 및 근로자 노동력 착취에 대한 시정·개선 의지가 전혀 안 보이고,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에 대한 임원진과 관리자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분노한다. 오늘부로 악덕 기업 쿠팡을 과감하게 버린다”고 했다.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은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가 실종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쿠팡 측은 김 구조대장 유족을 평생 지원하고 장학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쿠팡 불매운동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쿠팡의 불매 및 탈퇴 운동에 불을 지핀 것은 김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 소식이다. 17일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만에 창업자인 김 의장은 쿠팡 국내 법인 의장·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다며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김 의장이 화재 사고 등 안전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또한 처벌하게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꼼수 사퇴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비록 소급적용 되진 않지만, 김 의장이 오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비난 가능성을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의장은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뒤 같은 해 12월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진 적이 있다.

쿠팡은 김 의장 사퇴가 중대재해처벌법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김 의장은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쿠팡은 올해 초 미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다.

쿠팡 불매운동은 단순히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장덕준씨는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4개월 동안 야간노동을 하다 지난해 10월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쿠팡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 전까지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재발방지 대책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유족들의 이야기다. 19일 장씨의 어머니인 박미숙씨가 쿠팡 본사 앞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쿠팡은 사고 발생 32시간이 지난 18일 오후에서야 공식 사과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몹시 송구하다. 피해를 입은 많은 분께 사과한다”고 했지만 쿠팡의 실질적 경영권을 가진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 국내 법인을 100% 지배하는 미국 상장사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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