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답은 디지털 전환 뿐"…홈쇼핑, 'TV→모바일' 전환 몸부림
[기획] "답은 디지털 전환 뿐"…홈쇼핑, 'TV→모바일' 전환 몸부림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6.2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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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롯데홈쇼핑의 ‘패션 페스타’ 특집전. ‘폴앤조’ ‘조르쥬 레쉬’ 등 브랜드의 여름 신상품을 방송했다. 예년 여름 방송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스튜디오의 배경이 푸른 하늘 아래 야외 수영장이었다. 실제 수영장에서 촬영한 건 아니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해 배경을 입혔다. 이날 방송은 패션 페스타 방송 전체의 평균 주문 건수에 비해 50% 이상 높은 실적을 보였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밋밋한 스튜디오가 아니라 야외 수영장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냈더니 시청자들의 몰입도와 주목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TV홈쇼핑 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VR과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해 수영장이나 여행지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는 식이다. 라이브 커머스 등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TV홈쇼핑 업계가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홈쇼핑은 TV홈쇼핑 생방송 화면에 VR·AR 기술을 적용하고, 방송 중 실시간 소통 서비스를 라이브 커머스 형식으로 바꿨다고 24일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홈쇼핑은 ‘언리얼 엔진’ 등 고가의 장비를 도입했다. 높은 수준의 특수 효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승리호 촬영에 쓰였던 장비다. 롯데홈쇼핑은 전문 제작 인력도 대거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TV홈쇼핑 방송을 빠르게 디지털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영복 방송에선 야외 수영장을, 모피 방송에선 설원을 가상 배경으로 입히는 식이다. 녹용 등 건강식품 방송에선 무대에서 사슴이 뛰어노는 VR로 시각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롯데호텔 제주’ 판매 방송에서는 호텔 전경과 수영장을, 프랑스 여행 방송(사진)에서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선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홈쇼핑은 시청자들의 방송 체류 시간을 늘려야 구매로 이어진다”며 “스튜디오 방송보다는 VR과 AR을 이용해 현장감을 살리면 시청자의 주목도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방송 중 실시간 채팅 서비스인 ‘바로TV톡’ 방식도 화면 하단의 자막 형태에서 라이브 커머스에서 활용하는 오른쪽 대화창 형식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21일 방송한 패션 프로그램 ‘영스타일’에 적용한 결과 시청자 참여 건수가 기존 방송 대비 3배 이상 높아졌다. 자막이 느리게 하나씩 나타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라이브 커머스 대화창 형태는 여러 의견이 빠르게 올라가 속도감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라이브 커머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TV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은 적극 가져온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을 통해서는 가상 피팅 서비스 ‘리얼피팅’, 플래그십 매장을 구현한 ‘VR 스트리트’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지속 선보여 왔다. 최근의 변화는 이 같은 기술을 TV홈쇼핑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TV홈쇼핑 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TV 시청이 줄면서 홈쇼핑업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는 판단에서다. 홈쇼핑 업계는 모바일 사업구조로의 변환에 투자를 집중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웹 홈페이지에서 적립, 할인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디지털 강화에 나서고 있다. TV를 통한 유통산업이란 홈쇼핑 업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TV홈쇼핑시장은 2015년 매출액 3조2504억원에서 2019년 3조7111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수년간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유통시장과 미디어 환경 변화 등으로 TV홈쇼핑 업계의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향후 수십년 뒤에도 TV홈쇼핑 업태가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 때문이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단 평가를 받는 업체는 GS홈쇼핑, 홈앤쇼핑 등이다. GS홈쇼핑은 2020년 매출 기준 TV 비중이 약 40%에 불과하고, 모바일·온라인 등 기타가 약 60%다. 홈앤쇼핑은 취급액으로 올 1분기 기준 모바일·온라인 등 기타가 전체 매출의 약 75%에 달한다. 두 업체는 약 10년 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하던 2010년대(GS홈쇼핑 2010년 3월, 홈앤쇼핑 2013년 9월)부터 모바일 앱을 론칭하고 할인·적립·프로모션 등을 앞세워 소비자를 모바일로 끌어들였다.

반면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바일·온라인 등 디지털 매출 비중이 낮은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4분기 취급고 기준 TV 약 45%, 디지털 약 55% 비중이 나타난다. CJ오쇼핑은 200억원을 들여 차세대 영업시스템(MSA)을 구축하고 기존 TV홈쇼핑 중심의 사업 구조를 모바일로 전환해나가기로 했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100명 규모의 IT인력 채용도 시작했고, e커머스 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직에 김명구 롯데백화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영입하기도 했다. 또 올해 PB(자체브랜드) 전담조직을 신설해 모바일에서 잘 팔릴만한 소량 PB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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