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은 24시간 '배달 중'… '더 빠르게' 속도 경쟁도 치열
[기획] 한국은 24시간 '배달 중'… '더 빠르게' 속도 경쟁도 치열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6.2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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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김혜리 씨(24)의 스마트폰에는 모든 배달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려 있다. 일주일에 3, 4일은 이 앱으로 피자, 와플, 커피 등을 주문한다. 여기에 쓰는 돈만 10만 원이 넘는다.

프리랜서 강사 명중호 씨(53)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뒤 서울 성동구 일대에서 하루 6시간씩 25건 정도의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그는 “절박한 상황에서 배달 일이 고마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 중심이던 배달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한편 주말과 저녁에 편중됐던 주문 시간대는 평일과 낮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인은 1년 내내 ‘배달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강욱 보스턴컨설팅그룹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는 “배달경제가 처음에는 음식에서 시작됐지만 패션, 뷰티 등 소비재를 1∼3시간 이내에 전해주는 ‘퀵커머스’ 형태로 급격히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4시간 ‘배달 중’

2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161m² 규모의 배달 전문 매장은 홀 없이 주방 설비로만 가득 차 있었다. 요리사 6명이 한 스타트업 업체에 보낼 덮밥류를 만들어 대형 보온가방에 넣었다. 포장이 끝나자 대기하던 배송기사가 가방을 잽싸게 들고 나갔다. 이 매장의 김하나 점장은 “간단히 식사하고 개인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소규모 회사에서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유주방에 입점한 식당 13곳 역시 밀려드는 주문으로 분주했다.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홀 영업이 안 되다 보니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상당수 들어와 있다”며 “테이크아웃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배달 주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도심 곳곳이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배달 격전지’로 변하고 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주문액은 1조3100억 원으로 요식업 오프라인 매출액(1조2900억 원)을 처음 넘어섰다. 배달 생태계인 ‘D-이코노미’가 생활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한 셈이다.

경기 과천시에서 국숫집을 하는 김모 씨(49)는 코로나19로 홀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배달을 시작했다. 퍼지기 쉬운 국수를 배달시키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지금은 매출의 30%가 배달 주문이다. 그는 “한때 홀 손님이 열 명도 안 돼 공과금도 못 낼 정도였다”며 “배달이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치열해지는 속도 경쟁

배달에서 소비자들이 원한 건 맛보다 속도였다. 바이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소비자들이 배달과 관련해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은 ‘빠르다’로 전년보다 사용 빈도가 48.2% 늘었다. ‘맛있다’라는 표현의 사용 빈도 증가율(38.8%)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등에 대한 학습 효과로 ‘신속성’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빠른 배달은 소비재 전반에서 ‘퀵커머스’로 진화 중이다. 일주일에 3, 4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직장인 임정민 씨(24·서울 영등포구)는 밀키트나 조리식품을 살 때도 일반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라 배달의민족의 비마트를 이용한다. 비마트는 이륜차 배송망을 이용해 일상 소비재 7000여 개를 30분 안에 배달한다. 도심에 소규모 점포를 둔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도 잇따라 퀵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이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 D2C(Direct to Consumer) 등 신생 비대면 소비 전체가 ‘퀵커머스’라는 뉴노멀을 향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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