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봉' 논란 부채질하는 샤넬의 가격 인상
'한국인=봉' 논란 부채질하는 샤넬의 가격 인상
  • 더마켓
  • 승인 2021.07.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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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샤넬’ 사랑은 유별나다. 코로나 19 사태로 경기가 움츠러든 시기에도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에는 개장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샤넬 제품을 구입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샤테크’(샤넬+재테크) 바람까지 불면서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한 것이다.

샤넬 프랑스 본사는 이런 소비자들 심리에 기대 해마다 몇차례 가격을 인상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일에도 국내 판매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의 대표적인 인기 상품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은 864만원에서 971만원으로, 같은 디자인의 ‘클래식 플랩백 라지’는 942만원에서 1049만원으로 하룻밤 새 가격이 100만원 넘게 뛰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가격을 올린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1년에 서너차례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 사이에 “일단 샤넬은 사놓는 것이 돈버는 것”이라는 인식을 퍼뜨렸다. 차익을 챙기기 위한 셀러(seller)가 아니더라도 샤넬백 구매는 ‘돈을 버는 행위’가 된 것이다.

지난달부터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샤넬의 가격 인상 소문이 돌면서 한동안 뜸했던 ‘오픈런’ 행렬이 생기기도 했다.

샤넬 측은 “제작비와 원재료 가격 변화,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하여 제품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샤넬을 시작으로 다른 명품 브랜드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매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7%나 뛰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이 각각 54.1%, 38.8% 급증했다.

이처럼 명품 수요가 늘어난 것은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과시성(flex) 소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탓이다. 샤넬 같은 명품은 사용 후 되팔더라도 손해를 보지않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도 여기는 풍조도 강하다.

하지만 이런 소비 문화가 ‘한국인=봉’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되돌아볼 대목이 적지않다.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는 가격 인상이 오히려 자신들의 제품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

한국인의 명품 사랑이 클수록 가격은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매장에서의 수익이 본사로 흘러가 사실상 ‘돈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이다. 샤넬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가 기부금 등 사회 공헌에 인색한 것도 비난을 키운다. 특히 명품 소유가 젊은이들 사이에 하나의 경쟁처럼 여겨져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귀기울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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