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더 빨리"…유통업계, 익일새벽·당일 넘어 1시간내 배송 경쟁
[기획] "더 빨리"…유통업계, 익일새벽·당일 넘어 1시간내 배송 경쟁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7.0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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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배송 속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익일 새벽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넘어 1시간 내 배송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했다. 소비자로서는 주문 상품을 더욱 빨리 받아볼 수 있지만 속도 경쟁에 따른 배달원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달 22일 배달 전용 주문 모바일 앱인 ‘우딜-주문하기’를 통해 ‘49분 번개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GS수퍼마켓 상품을 판매하는 ‘우동(우리동네)마트’ 카테고리에서 구매하면 GS수퍼마켓 인근 지역에 한해 49분 내 배달한다. GS리테일은 그동안 GS수퍼마켓을 통해 ‘1시간 배송’ 서비스를 했는데 이 시간을10여분 단축한 것이다. GS리테일은 “번개배달 서비스 도입 이후 주문이 4배가량 늘어나는 등 고객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은 화장품 즉시 배송서비스인 ‘오늘드림 빠름배송’의 평균 배송 시간을 올해 상반기 45분으로 단축했다. 2018년 12월 선보인 이 서비스는 원래 전국 올리브영 매장과 연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주문하면 3시간 내 배송하는 것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평균 배송시간을 55분으로 줄였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빠름배송이 포함된 오늘드림 전체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대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오늘드림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배송 지역 확대를 넘어 서비스 구조 개편으로 본격 고도화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11월 잠실점에서 ‘퇴근길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 초 서비스 지역을 서울 강북과 경기·인천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현재 23개 점포에서 오후 4~8시에 앱으로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배송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올 2월부터 배달 전문 서비스인 부릉을 통해 1시간 배송을 시작했는데, 가장 빠른 배송 시간이 6분, 평균 배송 시간은 45분이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배달 앱 시장에선 쿠팡이 지난 6일부터 식품·생필품 배달 서비스에 나서면서 배달의민족의 ‘B마트’와 맞붙었다. 쿠팡이츠는 현재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만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나 서울 전역으로 점차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파이츠는 배달에 10~15분 소요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에 특화된 전문 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 강남·송파에 도심형 물류센터를 열고 강남 지역 중심으로 2시간 내 배송을 하고 있는 메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GS칼텍스와 주유소를 물류 창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협약도 맺었다. 메쉬코리아는 “2~3년 안에 수도권에 50개, 전국 300여개 도심형 물류센터를 만들어 배송을 맡긴 업체들의 물건을 1~3시간 내에 고객에게 전달하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이 비슷하다 보니 결국은 다른 데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면서 “빠른 배송의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업체마다 시간 단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빠른’ 배송을 위한 경쟁이 업체 간 출혈 경쟁과 배달원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당일 배송 및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물류비용 때문에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단건 배달(배달원 1명이주문 1건 처리)을 놓고 수수료 수입보다 더 큰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 교통사고 사망자가 12.4% 감소한 가운데 이륜차 사망자는 2018년 39명, 2019년 49명, 지난해 50명으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비대면 배달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했다.
최근 배달 종사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배달플랫폼의 인공지능(AI) 배차와 관련, “회사는 빠른 배달 경쟁을 하면서 소비자의 칭찬을 받지만 실제 일을 하는노동자는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도심형 물류센터가 활성화된 유럽과 미국 대도시에서는 이미 ’10분 배송'이 실현되고 있다. 영국에서만 최소 7개의 퀵커머스 업체가 경쟁 중이다. 영국을 주 무대로 10분 배송을 펼치던 고릴라스는 이달부터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6월 중 맨해튼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영국에서는 10분 내 배송이 되지 않으면 3개월간 배송료를 무료로 해주겠다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초고속 배송 기업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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