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모는 나이순이 아니잖아요...2030 겨냥한 탈모 시장
[기획] 탈모는 나이순이 아니잖아요...2030 겨냥한 탈모 시장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7.26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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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민준(37)씨는 20대 후반부터 탈모가 고민이었다. 김씨는 “유전적 배경에 취업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서 일상 생활에서 신경이 많이 쓰일 정도로 탈모가 왔다”며 “탈모 샴푸는 일찍이 사용했고, 취업 후에는 석 달에 한 번씩 피부과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왔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갈 때마다 10만원 가량 들었으니 지금까지 200만원 가량 탈모 치료에 쓴 셈”이라며 “탈모 샴푸 역시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취업난과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탈모 고민을 호소하는 20~30대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영(young) 탈모’ 증가 현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4780명. 이 중 20~30대가 10만2812 명으로 44%를 차지했다. 흔히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이가 들면 생기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신경과민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성 탈모’가 늘면서 탈모가 젊은 연령대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생활용품 업체도 잇따라 젊은 층을 겨냥한 전용 탈모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국내 탈모시장 규모 4조원대…‘2030’ 잡아라

탈모 샴푸 업체인 TS샴푸는 최근 새 모델로 가수 지드래곤(33)을 발탁했다. 이 업체는 그간 축구 선수 손흥민(29),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31)도 모델로 기용해왔다. 해당 업체 측은 “탈모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가 워낙 늘어나면서 비슷한 또래의 모델들을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

젊은 탈모 인구가 늘면서 국내 탈모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콜마 등에 따르면 국내 탈모 시장 규모는 4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국내에만 1000만명의 탈모 인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남(20대 남성)·이대녀(20대 여성) 비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2020년 동안 20대 탈모 환자는 15% 증가했다. CJ 올리브영에 따르면 탈모 관련 제품 매출도 매년 40%씩 치솟는 추세다. 회사 측은 “지난달까지 매출을 살펴보면 2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3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라고 했다.

2030을 겨냥한 관련 제품도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탈모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기능성 샴푸는 총 26개. 이 중 15개가 작년과 올해 인증을 받고 출시됐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MZ세대를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로이비(LOiViE)’를 통해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제품 ‘데일리 리프레시 안티-헤어 로스’를 출시했다. 애경은 영지버섯·홍삼에센스 등을 넣은 탈모 증상 완화 샴푸 ‘영지홍삼’을 출시하고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수지(27)를 내세웠다.

장기영 TS트릴리온 대표는 “올 여름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은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며 두피에 시원한 쿨링감을 선사하고자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배양액 샴푸, 마이크로바이옴 린스까지

남다른 효과·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첨단 기술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는 추세다.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 분당의 바이오 업체 메디포스트의 실험실. 한 연구원이 영하 175도를 유지한다는 질소 탱크 냉동고를 열어 보였다. 이곳엔 실험용 줄기세포가 보관돼 있다. 메디포스트의 자회사 ‘셀로니아’ 강지영 대표는 “이 줄기세포를 탈모를 유발하는 조건에 놓고, 이때 줄기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뿜어낸 성장인자 단백질을 추출해 두피에 적용하는 실험을 거쳐 제품을 개발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574H 셀 케어 샴푸' 등을 신제품으로 내놨다.

화장품 전문 제조 기업 한국콜마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사람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유전 정보) 연구 기술을 활용, 스트레스성 탈모를 방지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특허를 받은 6가지 항산화 물질 조합을 나노 사이즈 캡슐에 농축해 집어넣는 기술이 적용됐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대형 화장품 제조사도 첨단 기술을 활용한 탈모 제품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두피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을 유지해준다는 ‘마이크로바이옴 제니시크7’을, 아모레퍼시픽도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프로바이오틱 성분을 담았다는 두피 스킨 케어 샴푸 ‘라보에이치’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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