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 라면값 인상, 정말 불가피했나
'국민 간식' 라면값 인상, 정말 불가피했나
  • 더마켓
  • 승인 2021.07.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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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가 처음 라면값 인상 조치를 발표한 지 10여일만에 라면업계 1위 농심도 라면 가격을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값 인상은 상징적인 의미가 작지 않다.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 슈퍼 등에 라면 코너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만큼 다양한 품목을 구비해놓고 있다. 할인 이벤트도 종종 벌인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의 포만감, 영양분을 줄 수 있는 식품은 단연 라면일 것이다.

식품 업계는 이번 라면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라면값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 시장에서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와 팜유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소맥 현물은 1부셀(27.216kg)에 698센트에 거래됐다. 이는 1년 전 대비 31.6% 오른 가격이다.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팜유도 1톤에 4470달러로 전년 대비 68.3% 올랐다.

오뚜기가 먼저 ‘총대’를 멨다. 오뚜기는 지난 15일 대표 제품인 진라면의 가격을 684원에서 12.6% 오른 77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인상된다.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은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만이다.

농심은 다음달 16일부터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농심의 주력 상품인 신라면은 가격이 7.6% 인상되고, 안성탕면은 6.1%, 육개장사발면은 4.4% 가격이 오른다.

오뚜기에 이어 농심이 가격을 올린 만큼 삼양식품, 팔도 등 다른 경쟁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밀가루를 공급하는 대한제분 등이 밀가루 가격을 올리는 등 도미노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브랜드의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줄줄이 라면값을 올리는 행태에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 간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라면 가격을 굳이 올렸어야하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식품 회사들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매출, 영업이익이 오르는 등 ‘코로나 수혜’를 입은 업종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가계에는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라면값 인상이 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는 꼴이 됐다. 어려운 시기에 매출 보다는 서민들의 어려움에 먼저 공감하는 ‘국민 기업’ 다운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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