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해 점포 절반 폐점"...애물단지 된 H&B 스토어
[기획] "올해 점포 절반 폐점"...애물단지 된 H&B 스토어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8.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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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인기와 함께 한때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유통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GS리테일과 롯데쇼핑은 H&B 부문 적자가 계속되자 점포 폐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말까지 H&B사업인 롭스 점포 48곳의 문을 닫을 계획이다. 상반기 13개 점을 폐점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35곳의 문을 닫는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131개이던 점포는 올해 말 53개로 줄어든다.

작년 말 124곳이던 GS리테일 랄라블라 매장도 상반기 27곳이 폐점해 100개 아래로 떨어졌다. 하반기에도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50~100개 점포로는 1200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한 부동의 1위 CJ올리브영과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과 롯데쇼핑이 점포 폐업을 가속화하는 것은 H&B사업 적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2분기 H&B사업(e커머스사업 포함)에서 292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140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마트사업부로 편입된 롭스도 적자를 이어갔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만 단연 돋보인다. 올리브영은 2016년에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 1999년에 출범한 이후 17년 만의 쾌거다. 2013년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며 적자 경영에 허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점유율(업계 추산) 80% 가까이 차지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H&B사업은 한때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혔다. 화장품 유통시장의 중심이 미샤, 더페이스샵 등 단일 브랜드 로드숍에서 CJ올리브영과 같은 뷰티 편집숍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쇼핑과 GS리테일도 각각 2013년과 2017년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외출하는 인구가 줄면서 오프라인 매장 집객력이 낮아졌고, 화장품 판매가 줄어든 데다가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또 신세계의 ‘시코르’와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세포라’ 등 후발주자의 공세가 더해지면서 업계 2, 3위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 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업계 1위 올리브영의 독주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넘을 수 없는 벽’도 생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발굴, 차별화한 상품 등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기보다 ‘좋은 자리에 점포를 내기만 하면 된다’는 부동산 관점으로 접근한 게 H&B 후발주자들의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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