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원료 속이는 '불량 업자'들이 있다니
아직도 원료 속이는 '불량 업자'들이 있다니
  • 더마켓
  • 승인 2021.08.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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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너마저…”

고추냉이(와사비)보다 훨씬 저렴한 겨자무(서양 고추냉이)를 사용하고도 제대로 표시하지않아 적발된 오뚜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소비자 신뢰가 높은 오뚜기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런 꼼수를 쓴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고추냉이 제품을 제조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등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9곳이 5~10배 가격이 저렴한 겨자무를 사용하고도 고추냉이를 쓴 것처럼 표시했다.

오뚜기제유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겨자무와 겨자무 분말만 20~75% 넣은 ‘와사비분’ 등 5개 제품을 제조하고 원재료명에는 고추냉이만 사용한 것처럼 표시했다. 오뚜기는 오뚜기제유로부터 321t(약 31억4000만원 상당)을 구매한 뒤 대형마트에 공급했다.

다른 식품업체 움트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겨자무·겨자무 분말을 15∼90% 넣은 ‘생와사비’ 등 총 11개 제품을 제조하고 제품명과 원재료명에는 고추냉이만 사용한 것처럼 표기했다. 이 고추냉이는 이마트와 롯데쇼핑, 홈플러스에서 약 32억원어치 팔렸다.

이처럼 제품 회사가 원재료를 숨기거나 함량을 눈속임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유통기한을 임의로 변조하거나 홍삼 함량을 거짓으로 표시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홍삼은 대표적인 국민 건강 식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홍삼제품의 유통기한을 변조해 해외로 수출하는가 하면 홍삼농축액을 1%만 넣고도 10%를 넣었다고 속이기도 했다. 유통기한을 넘긴 유기농 쌀과자, 당면, 바닐라라떼 등 단속이 느슨한 점을 악용한 업체들도 적발됐다.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코로나 19 사태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여전히 소비자 신뢰 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 순위에 두는 업체들의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 적발되고도 벌금만 내면 그만이니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솜방망이 처벌로 그쳐선 안된다는 얘기다.

한때 ‘불량 만두’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적이 있다. 식약처는 당시 불량 만두소가 제조, 유통된 사실을 수년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직무유기 논란이 일었다. 검경이 ‘불량식품과의 전쟁’에 나서는 등 식품 제조, 유통에 관한 대대적인 점검이 잇따르기도 했다. 문제는 시작만 요란할 뿐 결과는 흐지부지 된다는 것이다.

당국의 단속, 처벌 보다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지고 직접 불매 운동에 나서는 등 권리를 행사하는 데 따른 변화가 더 컸다. 함부로 소비자들을 속였다가는 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키운 결과다. 하지만 이번 식약처 적발에서 드러나듯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속임을 하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과징금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도덕불감증만 키울 뿐이다. 식품 범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와 같은 엄벌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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