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 릴레이에 반가운 오리온의 '역주행'
물가 인상 릴레이에 반가운 오리온의 '역주행'
  • 더마켓
  • 승인 2021.08.23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상 물가가 급등하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야채, 쇠고기, 과일은 물론 라면 등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회사가 있다. 초코파이, 포카칩 등으로 유명한 오리온이다. 소비자들의 물가 걱정을 감안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과자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국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주력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오리온은 매출 하락을 줄이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 가격은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 중국 법인은 다음달 1일부터 초코파이 등 파이 제품 4종의 가격을 6~10% 인상하고, 러시아 법인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전 품목 가격을 평균 7% 인상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밥상 물가 인상은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2.5% 오른 가운데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자물가는 7.3%나 뛰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의 3배다. 계란, 육류 등 일부 제품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곡물, 빵·떡류, 신선수산물, 유제품, 과일류, 채소류 등 주요 식품이 두루 올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밥상 물가는 전체 가구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저소득 가구에 더욱 큰 피해를 끼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2분기에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에 월평균 24만4000원을 썼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 12% 늘었다.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액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다. 밥상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소득이 낮을수록 크다는 의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리온의 ‘역주행’은 긍정 평가할만하다. 식료품, 과자류와 같은 간식은 물가가 올라도 아끼는 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자녀들의 등교 일수가 적어지면서 식대, 간식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들도 코로나 여파를 감안해 상당기간 원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언제 통과할지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고통분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편승하지 않고 우리만이라도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제2, 제3의 오리온이 나왔으면 한다. 어려운 시기에 자신들의 몫을 내놓는 회사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법이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기본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