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만 키운 남양유업의 매각 무산쇼
오너리스크만 키운 남양유업의 매각 무산쇼
  • 더마켓
  • 승인 2021.09.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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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70만원대를 찍었던 남양유업 주가가 1일 54만7000원으로 마감됐다. 전날보다 3.19% 떨어진 수치다.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와의 매각 계약을 철회한다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입장 발표가 악재가 됐다. 결국 지난 5월 유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 19 관련 과장된 효과를 홍보했다가 불매 운동을 자초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매각쇼’ 였다는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108억원에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넘기기로 한 계약을 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바 있어 이번 사안은 법정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앞서 홍 회장은 7월 30일 남양유업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한 데 이어 거래 종결일에 약속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등 매매계약을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업계에서는 당초 매매 의시가 없었으면서도 불가리스 사건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매매 추진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기자회견 당시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던 홍 회장이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가 매각 발표 하루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복직하고 같은 날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건 파문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눈물을 흘리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가업 승계 작업이 착착 진행된 셈이다. 홍 회장은 상근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상반기에만 8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원래부터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애들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주식 매각한다니 급등한 주가가 아까웠냐” 등 비판 일색이다. 다시 불매 운동을 벌어야한다는 글도 잇따랐다. 불가리스 사태에 오너 가족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갑작스런 매각 발표로 상황을 모면하더니 결국 이를 무산시킴으로써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꼼수에 소비자들이 실망을 표현한 것이다.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 운동은 불가리스 파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홍 회장이 ‘눈물의 사퇴 회견’때 언급한 것처럼 장남 홍진석 상무이사의 회삿돈 유용 의혹, 수년 전 대리점 갑질 사태, 외조카의 마약 투약, 경쟁사 매일유업에 대한 비방글 작성 등 부도덕한 경영 행태에 대한 단죄적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도 홍 회장 일가가 매매 계약을 해제하고 슬그머니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건 소비자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 없다.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 탓에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홍 회장 일가가 손을 떼겠다고 하자 남양유업 주가가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급상승한 했던 건 시장이 평가하는 오너리스크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남양유업이 홍 회장의 말대로 ‘국민 사랑을 받아온 기업’으로 남고 싶다면 국민 앞에서 한 약속만큼은 지켜야 한다. 홍 회장 일가는 경영에서 손을 떼고 남양유업이 혁신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그것이 ‘국민 기업’ 창업 1세대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기업 윤리와 책임을 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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