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천일염이 사라진다…1년새 가격 3배 급등
[기획] 천일염이 사라진다…1년새 가격 3배 급등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9.0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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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최장 기간 장마와 올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사재기 영향이 크다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정부의 태양광 발전단지 확대 이후 염전을 포기하고 태양광 발전단지로 변경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염전면적은 2016년 3772ha에서 지난해 3055ha로 감소했다. 줄어든 염전은 태양광 발전단지로 바뀌었다. 천일염 생산자가 고령화되면서 염전보다 수익이 많은 태양광 발전단지로 변경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신안에서는 최근 1년새 염전 14곳이 태양광 발전소로 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천일염 생산량은 17만6247t으로 전년(26만1970t)보다 67.2% 줄었다.

대한염업조합에 따르면 7월 천일염 생산자물가지수(2015년 기준 100)는 250.74로 지난해 같은 기간(74.23)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실제 천일염 가격도 2019년까지 1㎏당 160~180원대를 유지했지만 현재 1㎏당 740원(20㎏ 1만4800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할 때 5배 가까이 올랐다.

천일염 가격이 이상현상을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태양광 사업 확대로 염전 면적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에만 천일염 연평균 가격은 311원(6218원)으로 2배 뛰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소폭 늘긴 했지만, 염전이 일본 원전 방류로 4~5년 뒤 오염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재기 수요’가 늘었다. 올 6월까지 내수량은 10만755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2555t)보다 30.2% 증가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이유다.

소금 가격은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비축 천일염 4763t을 방출했지만 가격을 안정화시키기엔 규모가 적다. 천일염 가격은 1년 중 김장철인 10~12월에 가장 높다. 신안군 관계자는 "폭염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늦은 장마가 이어지고 김장철이 다가와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05.04로 1년 전보다 3.2% 올랐다.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의 최대 상승이다.

공업제품은 올해 3월에 12개월 만의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4월부터는 5개월 연속으로 2% 넘게 오르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 출고가가 줄줄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소금 가격이 1년 전보다 14.6% 뛰어올라 2012년 7월(23.6%) 이후 9년 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염전 감소와 잦은 비로 천일염 생산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금 사용량이 많은 김치 제조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상, CJ제일제당 등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천일염 관련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신안에 천일염 산지 종합처리장을 보유하고 있어 수급 측면에서 문제는 없다"면서 "다만 천일염 산지 가격이 오르면 김치 원재료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에서 판매하는 천일염 제품 가격은 오를 전망이다. 이미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백설 국산 꽃소금 200g 가격을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 인상했다. 소금 가격 인상은 2011년 4월 이후 10년 만이다. 대상 청정원도 하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이 아닌 원물 제품은 현지가에 맞춰지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인상 시기를 내부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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