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와인, 주류 시장의 '주류'로 등극...온라인 판매 논란은 재점화
[기획] 와인, 주류 시장의 '주류'로 등극...온라인 판매 논란은 재점화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9.1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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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계절을 타지 않는 ‘철 없는’ 상품이 됐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 마시는 술)로 취하기보다는 즐기는 음주문화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와인이 일상 속 ‘스테디셀러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와인의 온라인 판매 논란은 재점화되고 있다. 술이 유해성 기호품인 만큼 직접 구매자의 성인 인증을 거친 후 판매해야 한다는 취지다.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주류 수입액에 따르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3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와인병(750㎖)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간 약 7300만병, 하루에 약 20만병씩 수입한 셈이다. 반면 맥주 수입액(2억2700만달러)은 19.2% 줄어 수입 주류 ‘1위’ 자리를 와인에 내줬다.

와인의 인기는 추석 선물세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팔린 와인 선물세트가 전년 동기보다 51.5% 늘어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굴비(9.7%), 축산(6.6%), 청과(4.7%) 등 명절 대표 상품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와인 매출 비중이 전 세트 매출의 11.3%에 달해 처음으로 굴비(6.2%)를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등 프리미엄 와인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에선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기간(7월29일~8월31일)에 전년보다 와인 선물세트 매출이 210.6% 늘면서 선물세트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롯데마트는 와인 인기에 힘입어 오는 12월 잠실점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가 와인 전문숍’을 연다.

전문숍에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모두 만족시킨 두 번째 시그니처 와인으로 호주산 '킬리카눈 슬라우치 쉬라즈'가 눈길을 끈다.

킬리카눈은 1997년 설립된 부티크 와이너리로, 2018년 열린 국제 주류 품평회(IWSC)에서 '올해의 호주 와이너리'로 선정된 바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매년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부티크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요 편의점에선 와인 매출이 이미 지난달에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8월26일 기준 편의점 GS25의 와인 매출은 지난해 연간 매출보다 4.7% 많았다. CU는 16%, 세븐일레븐은 35%, 이마트24는 11%를 초과했다. 편의점은 와인 큐레이팅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203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유흥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주류업계에선 와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 1·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78%, 54% 늘었다.

하이트진로는 추석에 다양한 테마의 선물세트 30종을 내놓는 등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와인 직영숍을 확대하며 와인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으로 와인 값이 안정화되고, 편의점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와인이 대중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취하려고 먹는 독주보다 음식과 궁합을 맞춰 즐기는 술 문화가 확산된 것도 한 요인이다. 와인 구매 경험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와인 열풍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와인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이 될 수 있어 와인을 잘 아는 주류 바이어 모시기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와인만 최근 5년 새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바뀐 음주문화로 와인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와인의 온라인 판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맥주를 누르고 와인이 주류 수입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와인을 비대면으로 주문해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소비자 요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주세법상 주류 판매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술이 유해성 기호품인 만큼 직접 구매자의 성인 인증을 거친 후 판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깐깐한 원칙은 지난해 두 차례의 국세청 고시 개정을 통해 다소 느슨해졌다. 지난해 4월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결제한 와인을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일명 '스마트 오더')이 가능해졌고, 지난해 7월부턴 현장 결제한 와인을 택배로 배송하는 방식이 허용됐다. 하지만 와인을 전화나 앱으로 주문해 배송받으면 여전히 불법이다.

일부 업계와 소비자들은 "국세청이 형식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대금을 결제할 때 성인 인증을 거치는데 굳이 배송을 막아야 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와인이 소주나 맥주에 비해 고가임을 감안하면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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