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상생방안으로는 카카오 ‘공룡’ 비난 피하기 어렵다
땜질식 상생방안으로는 카카오 ‘공룡’ 비난 피하기 어렵다
  • 더마켓
  • 승인 2021.09.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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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정치권에서 거대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카카오가 상생방안을 내놓았다.

골목상권에서 손을 떼고 3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내놓겠다는 것이 골자다. 관련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비판 여론에 마지못해 내놓은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꽃·간식·샐러드 배달·중개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더 빨리 잡아주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도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입한 택시 기사들에게 ‘우선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 가격을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60% 내렸다. 대리운전 업계는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급 상황에 따라 0~20%를 적용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 사업 파트너 부담을 늘리고 소비자에게도 일부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된 사항들이다.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한 것은 눈에 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비스를 그대로 존치하고 일부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특히 소상공들인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수수료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 카카오 상생방안에 대해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는 기존에 자신들이 요구한 공정배차 담보나 수수료 체계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프로멤버십 가격을 낮춘 것은 더 많은 택시 사업자 멤버십 가입을 부추겨 카카오의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수수료를 1%로 제한하고 중형택시 가맹사업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도 여론무마용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침탈 중지를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소공연은 논평을 통해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로 무한 확장 중인 카카오가 한두 개 사업을 접었다고 골목상권 침탈 야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 “카카오가 진정성 있는 상생을 내세우고 싶다면 대리운전과 헤어숍 예약 등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장에서 즉각 철수하라”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방안으로는 파트너인 관련 업계의 호응을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카카오 혁신을 바라는 여론을 설득하지도 못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10년간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자”고 했지만, 파트너들에 수수료를 걷어 계열사를 늘리는 기존의 성공 방식을 탈피할 비전을 내놓지는 못했다.

실제 카카오 그룹 계열사는 2015년 45개에서 158개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대부분 소상공인 사업 영역에 진출해서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이후 독점적 위치를 활용한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의 힘은 더 커졌고, 카카오 사업 파트너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수수료 인상에 응할 수 밖에 없다.

카카오는 혁신, 공유, 편의 등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내세워 성장했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빅테크에 맞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여겨졌다. 물론 지금도 카카오의 상징적 위상은 여전하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 애정 속에 성장한 데 따른 책임을 다할 시점이다. 카카오가 이번 상생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언급했듯이 양적인 성장 추구에서 벗어나 소비자, 파트너들과 상생하는 질적 성장을 꾀해야한다.

카카오가 구태의연한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고 주변 생태계를 해치는 공룡으로 남아있어선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정치권에서 추진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으로 혁신 기업의 손, 발을 묶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시기다. 기술과 혁신으로 저성장 국면을 탈출해야할 우리나라가 정치적 논리에 매몰돼 혁신 기업의 싹을 잘라버린다면 그 피해는 카카오뿐 아니라 관련 업계, 파트너, 소비자 모두에 돌아갈 것이다. 카카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절제된 규제로 혁신 기업의 생태계를 살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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