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사는 샤넬, 한국인이 봉인가
돈 있어도 못 사는 샤넬, 한국인이 봉인가
  • 더마켓
  • 승인 2021.10.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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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에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샤넬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달 1일부터 일부 상품의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한 것이다. 돈이 있어도, 아무리 줄을 서더라도 인기 제품을 여러개 구매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샤넬의 희소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인위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적잖다.

샤넬코리아에 따르면 타임리스 클래식 플랩백 및 코코핸들 핸드백은 연간 1인 1개에 한해 구매할 수 있고 스몰레더굿즈 카테고리 내에서도 동일 제품은 연간 1인 1개만 구매가 가능하다. 이들 제품은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상품이다. 문제는 이같은 제한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샤넬 측은 외국 매장에서도 구매 수량 제한 정책이 시행되는 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샤넬이 한국 소비자를 ‘호구’로 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새롭지 않다. 실제 샤넬은 올해 한국에서만 지난 2,7,9월 세차례나 가격을 30% 올렸고, 지난 1월에도 소재 및 디자인 변경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9296억원을 기록했는데 면세점이 ‘개점휴업’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 같은 샤넬의 정책은 한국 시장에서 유달리 인기가 높다는 데서 기인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개장 시간 이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 ‘오픈런’이 대표적이다. 샤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샤넬 인기 제품을 사서 재판매(리셀)하면 수익이 짭짤하다. 올해 국내 명품리셀 시장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샤넬이 단연 최고 인기 브랜드다. 샤넬이 다른 지역과 달리 일년에도 몇차례 가격을 올리고 구매 제한을 하더라도 국내에서 매출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리셀 시장에 내놓기 위해 ‘대리구매’를 하는 현상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 가격 인상을 이끌고 브랜드 가치를 왜곡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품 구매는 자연스런 소비 욕구로 봐야한다. 최근 샤넬을 비롯해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 19 사태가 빚은 보복 소비 현상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 19에 막힌 해외 여행, 갇힌 일상에 대한 탈출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에서 ‘자기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경향도 한몫했다. 명품 소비자는 그 브랜드의 제품이 자신의 가치를 더욱 돋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갑을 연다. 명품의 가치와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하려는 심리가 깔려있다. 명품 구매를 그저 사치스런 행동으로만 보는 건 단견이다. 명품에 투영된 심리, 자신에 대한 가치, 긍정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샤넬의 이번 구매 제한 제도가 오픈런이나 대리구매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샤넬의 ‘희소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의 구매 경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인데, 만일 샤넬 측이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를 ‘봉’으로 만드는 마케팅은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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