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골프 스코어보다 인증샷 중요"…2030 골퍼 사로잡은 '특별한 한방'
[기획] "골프 스코어보다 인증샷 중요"…2030 골퍼 사로잡은 '특별한 한방'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12.0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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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추산한 올해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 명으로, 12년 만에 약 76% 증가했다. 이 중 2030세대 골퍼는 115만 명이나 된다. 골프의 대중화로 골프 진입 연령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골프가 해외여행의 강력한 대체재로 떠오른 덕분이다.

◆‘골린이’들 인증샷 위해 골프웨어 관심

MZ세대에겐 골프장에서 스코어보다 ‘인증샷’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대거 유입된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은 SNS에 필드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을 새로운 골프 문화로 만들었다. 해시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게시물을 널리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골린이’는 63만 개, ‘#골스타그램’은 93만 개를 넘었다.

 골린이들은 인증샷 속 자신의 모습을 돋보이게 연출할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에 열광한다. 많은 옷보다 비싸지만 똘똘한 브랜드 한 벌을 선호하는 것.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게시물 속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선 ‘특별한 한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높은 소비력을 갖춘 2030 여성 골퍼가 투자에 적극적인데, 서울 강남권 여성 골퍼사이에선 일명 ‘제피지닥(제이린드버그·PXG·지포어·닥스런던)’이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등장했다.

 이에 발맞춰 유통업계 골프 바이어들은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입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각 골프웨어 브랜드도 급변하는 소비 경향에 대응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F의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 ‘닥스런던(DAKS LONDON)’이 대표적이다.

닥스런던은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영골퍼를 위해 론칭한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골프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탄생한 닥스의 130년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영국 본사에서 디자인 컨펌을 진행한다. 닥스 아카이브에 있는 ‘4D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절제된 세련미를 드러내며, 유럽 수입 원단을 중점적으로 사용해 고급스러운 소재감과 차별화된 실루엣을 강조한다.

지난해 출발한 닥스런던은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론칭 직후부터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이에 힘입어 닥스런던은 올해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전국 주요 상권에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하며 영골퍼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특히 닥스런던은 젊은 여성 골퍼의 니즈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과장되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 블랙·화이트·베이지에 포인트 컬러로 구성한 절제된 색상 조합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2040 여성 골퍼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닥스런던은 지난달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오픈 2주 만에 여성 골프웨어 품목 월간 목표 매출을 200% 초과 달성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제피지닥’ 여심 저격

닥스웨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은 스커트와 니트 스웨터다. ‘4D 로고’를 통해 포인트를 준 니트 스웨터와 광택감이 돋보이는 골드 색상의 다운 시리즈는 출시 일주일 만에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SNS와 각종 골프 커뮤니티에서 화제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감각적인 스윙샷을 만들어 주는 플리츠 스커트, 일반적으로 골프웨어에선 쉽게 볼 수 없던 롱스커트도 출시 2주 만에 리오더에 들어갔다. 이 외에도 친환경적인 에코레더 소재를 사용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전국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닥스런던과 함께 영 골퍼들 사이 인기 하이엔드 브랜드로 주목받는 지포어는 다채로운 컬러의 골프 장갑과 함께 지난해 처음 선보인 의류 컬렉션으로 고객의 취향을 공략했다. 특히 지난해 2월 본격적인 국내 론칭과 함께 처음으로 선보인 의류 컬렉션은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색감을 살리면서 클래식한 로고를 활용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MZ세대의 욕구를 충족했다. 지포어 매출은 올해 5월까지 목표 매출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으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지포어 매장 오픈 2주 만에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스웨덴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 또한 우아한 감성을 담은 디자인의 기능성 골프웨어를 선보여 젊은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J와 L을 붙여놓은 심플한 브릿지 로고와 현대적 색감이 특징이다. 특유의 슬림한 실루엣으로 스윙 시 세련된 핏 감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구매 열풍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제이린드버그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MZ세대의 유입 이후 150%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84%에 달했다.

흑백만을 사용하는 간명한 디자인으로 도시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골프웨어 브랜드 PXG도 2030 영리치 골퍼들을 공략한 결과, 2019년 431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엔 716억원으로 66.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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