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킨 맛없다"는 황교익 주장에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
"한국 치킨 맛없다"는 황교익 주장에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12.01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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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치킨이 느닷없이 도마에 올랐다. 맛 칼럼니스트로 알려진 황교익씨가 페이스북에 ‘한국 치킨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닭으로 튀겨지고 있어 맛없고 비싸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웬만한 동네에 3~4개 치킨 프랜차이즈가 성업할 정도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데 ‘맛없다’고 어깃장을 놓으니 업계에서는 반발하며 황씨에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자주 먹는 한식은 ‘한국식 치킨’이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 8∼9월 베이징, 방콕, 뉴욕, 파리 등 외국 주요 도시 17곳의 주민 8500명을 대상으로 한식 소비자 조사를 한 결과 자주 먹은 메뉴로 한국식 치킨을 꼽은 응답자가 30.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치(27.7%), 비빔밥(27.2%), 떡볶이(18.0%), 김밥(15.5%) 등의 순이었다. 치킨을 비롯해 한국 음식에 대한 만족도도 90% 이상이었다.

황씨는 그러나 거듭 SNS를 통해 “육계-치킨 자본 동맹이 시선돌리기를 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선호 1위에 치킨이 오른 것은 ‘치킨집이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나라’한국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앞서 황씨는 “한국 육계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그래서 맛이 없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면서 “전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1.4kg 소형으로 키운다. 외국은 3kg 내외로 키운다”고 밝혔다.

그는 비슷한 주장을 그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가 미국, 아시아 등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 비판하고 나서 논란을 키웠다.

황씨의 주장은 요약하면 3kg 내외의 닭이 한국에서 많이 쓰는 1.5kg 닭에 비해 맛있고 가격도 싸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실제 국내에서 치킨 등에 쓰는 닭에 비해 미국, 일본 등은 2~3kg으로 비교적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닭을 도축하고 가공 단계를 거치면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 KFC 등에서 쓰는 닭(1.5kg~2kg)과 국내에서 쓰는 육계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큰 닭이 더 맛있다”는 황씨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육일수가 길어질수록 육질이 질겨지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닭가슴살이나 닭봉과 같은 특정 부위 시장이 큰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굽거나 이를 분해해 여러 부위를 먹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소형 닭이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양계협회는 성명문을 내고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비아냥거리는 데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라는 것은 왜 그 잘난 입으로 말하지 않는 건지 변명하기 바란다”면서 황씨의 사과를 요구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시장 규모가 7조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달린 업종에 대한 지나친 비하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맛없다’는 황씨 주장은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별로 다양한 소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맛을 판단하는 것은 개인 취향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KFC, 파파이스 등 외국 치킨을 경험한 소비자들도 ‘한국 치킨’의 우위를 평가하기도 한다.

황씨가 “한국적 재료 하나 없는 치킨을 외국인이 좋아하는 게 자랑스럽냐”고 한국 치킨 선호를 ‘국뽕’에 비유하는 데는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황씨 주장에 일부 수긍하는 소비자들도 적잖았다. 치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의 다양성,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마케팅 비용 등으로 가격이 인상된 측면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이 국내 육계 산업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가격 인하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황씨 논란이 국내 치킨의 경쟁력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이라면 의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국내 육계 산업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 소비자 선호를 무시한 채 ‘맛없다’는 프레임만 강조하는 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행태가 아닌 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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