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치킨보다 빨리 오겠네... 주문 2시간도 안됐는데 "딩동 마트입니다"
[기획] 치킨보다 빨리 오겠네... 주문 2시간도 안됐는데 "딩동 마트입니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12.0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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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서울 구의동 롯데마트 강변점. 신선식품 코너 피커(Picker·장보기 대행 직원)들 허리에 달린 전자 단말기에서 ‘딩동’ 알림이 잇따라 울렸다. 인근 지역에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피커들은 주문받은 물품을 찾아 바코드를 스캐너로 찍은 뒤 바구니에 담았다. ‘바로 배송 스테이션’이라고 적힌 자동 리프트에 바구니를 싣자, 바구니는 리프트를 타고 천장에 달린 자동 레일에 실려 포장 센터로 이동했다. 롯데온의 김건식 그로서리 전략팀장은 “기존 마트 매장을 재단장한 이후 온라인 주문부터 포장을 거쳐 소비자 집까지 배송하는 데 2시간이 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배송 전쟁 2막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심 외곽 대형 물류센터에 재고를 쌓아 놓고 전날 주문받은 제품을 다음 날 아침까지 배송하는 쿠팡식 ‘새벽 배송’을 넘어, 전국의 대형마트 기존 매장을 물류센터 삼아 주문을 받으면 2~3시간 이내로 배달하는 ‘바로 배송’ 전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새벽 배송도 옛말…대형마트들, ‘바로 배송’ 전쟁

롯데온은 오는 8일 롯데마트 부산 동래점에 다섯 번째 ‘바로 배송’ 점포를 연다고 밝혔다. 기존 대형 점포를 재단장해 온라인 주문을 2시간 안에 소화할 수 있는 자동화 점포로 바꾼 것이다. SSG닷컴은 현재 전국 110여 곳 이마트 점포에 PP((Picking & Packing, 포장·배송)센터를 구축, 3시간 단위로 예약받아 제품을 바로 배송하는 ‘쓱배송’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올해까지 전국 22개 점포에서 물품을 바로 배송하는 당일 배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마트는 ‘3시간 배송’을 전국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 150여 개 마트 중 110여 곳에 온라인 물류 처리가 가능한 ‘PP센터’를 설치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3시간 단위로 예약을 받아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며 “실제 배송 시간은 이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지난달엔 경기도 이천점의 PP센터를 기존 74㎡(약 23평)에서 1190㎡(약 360평)로 16배 확장해 하루 처리 가능한 온라인 주문 건수를 기존 450건 수준에서 3000건으로 6배 이상 늘렸다. 홈플러스도 전국권 당일 배송 확대에 나섰다. 당일 배송 예약 마감을 기존 오후 2시에서 오후 7시로 늦춰 자정까지 배달하는 곳을 올해 안에 전국 22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전국권 당일 배송 확대에 나섰다. 당일 배송 예약 마감을 기존 오후 2시에서 오후 7시로 늦춰 자정까지 배달하는 곳을 올해 안에 전국 22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선식품 카테고리는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증가하며 도드라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시장 규모가 17조원, 침투율이 15.4%에 불과했던 온라인 식품 시장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며 시장 규모가 25조원에 달했다. 침투율도 21.3%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다.

이에 쿠팡은 올해 초부터 신선식품 사업인 로켓프레시를 확대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에 한해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새벽 7시 전에 받아 볼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다. 쿠팡은 로켓프레시 풀필먼트센터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8월부터 경기도 용인에서 콜드체인(저온냉장) 전문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신선식품과 관련한 물동량을 점차 늘리는 중이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풀콜드체인' 배송 시스템도 도입했다.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물류센터에 입고되고, 물류센터에서 고객에게 도착할 때까지 상온·냉장·냉동 등 적정 온도를 유지한 채 이동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패션도 ‘빠른 배송’이 대세

고성장을 이어가는 온라인 패션시장도 빠른 배송 경쟁이 치열하다. '퀵 커머스'가 e커머스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도 빠른 배송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체들은 최근 물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배송 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존 패션업계와 달리,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33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 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거래액은 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무신사의 입점 브랜드는 6000개를 넘었고, 2019년 대비 2020년 회원 수는 40% 이상 급증해 지금은 840만명에 이른다.

카카오의 품에 안긴 지그재그 역시 지난해 거래액이 75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1조원 달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에만 거래액이 900억원을 웃돌았다.

에이블리도 상반기 거래액이 7500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가 늘었다.

성장에 뚜렷한 '청신호'가 켜지면서 이들에 대한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 투입처 1순위로 풀필먼트 확보를 꼽고 있다. 에이블리는 최근 6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익스텐션 라운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은 1060억원이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 3월 세콰이어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에이블리는 올해 7월 당일 출발 서비스 '샥출발'을 도입했다. 평일 오후 6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바로 상품을 출고하는 빠른 배송서비스다. 금요일 오후 6시 이후부터 주말에 주문한 상품은 월요일에 출고된다. 에이블리는 창립 초반인 6년 전부터 풀필먼트센터를 설립하는 등 배송시스템에 공을 들여왔다. 에이블리 측은 "물류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재고관리 및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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