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답니다
소비자가 답니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12.08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 골프장이나 등산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료가 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는 ‘막사’다. 사이다의 청량감이 막걸리의 텁텁함을 줄여줘 마시기 좋고 갈증도 쉽게 풀어주는 음료다.

체질에 따라 사이다 양을 조절해 알콜 농도를 맞출 수 있으니 남녀 모두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즉석에서 만들어 마시던 ‘막사’가 편의점에 등장했다. 편의점 체인 GS리테일이 막걸리 회사 서울장수와 함께 ‘막사’라는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최근 등산, 골프를 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막사’가 유행하자 아예 협업 제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농심은 지난 9월 자사 제품 너구리에 카레를 넣어 만든 ‘카구리’ 컵라면을 출시했다. 전국 PC방 이용자들 사이에서 먼저 유명해지면서 역시 제품으로 나온 것이다. 출시 한 달 만에 230만개 넘게 팔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오뚜기가 최근 내놓은 ‘케요네스’도 마찬가지다. 토마토 케첩에 마요네즈를 섞고, 매콤한 할라피뇨를 더했는 데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본 조리법이다. 지난 2월 과자를 찍어 먹는 동봉 소스로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이 소스만 별도로 사고 싶다고 요청하자 아예 제품으로 내놓았다.

식품-외식업계가 제품 개발에 앞서 소비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프로슈머’ 마케팅이 나온 것은 오래전 일이다. 프로듀서(producer 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 소비자)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는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80년 자신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기업들이 제품 개발 때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마케팅 수법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SNS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기업들로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빠르게 파악해 제품에 반영해야 마케팅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단순히 소비자들이 제품 개발 단계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단계를 넘어 기존의 제품들을 소비자 스스로 수정, 재창조하는 ‘모디슈머(modisumer·modify+consumer)’ 단계로 확장된 것이다. SNS를 통해 자신들의 아이디어 제품을 올리고 다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확산시키는 하나의 ‘놀이’로 자리잡았다.

스타벅스는 이달 초 고객들이 선택한 레시피로 만든 샌드위치를 내놨다. 햄과 베이컨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총 7개의 재료를 소비자 투표로 뽑았는데 스타벅스의 취약점 중 하나로 지목되는 베이커리 부문을 보완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푸드는 돼지바 신제품 아이디어 공모전 ‘셰프 돼장’을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선정된 아이디어는 한정판 제품으로 출시됐다.

갈수록 제품 트렌드 유행 주기가 빨라지는 시대에 소비자들의 피드백은 제품의 성패 뿐 아니라 기업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19 사태로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 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실시간으로 확인될 정도로 빨라졌다.

식품음료 기업들이 소비자 반응, 관심에 세심하게 촉을 세워야하는 이유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한시적 제품으로 관심을 끄는 수준을 넘어 제품 기획, 개발, 출시 단계마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답’이라는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