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초부터 치솟는 밥상물가… "반찬 줄여야 하나"
[기획] 연초부터 치솟는 밥상물가… "반찬 줄여야 하나"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2.02.06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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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나 식재료 값이 너무 올랐어요.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어요. 마침 설 연휴도 지나면서 가격을 올릴까 하는데…주 고객층이 서민이 많아 인상 폭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할지 고민되네요.” (서울 은평구에서 쌈밥집을 운영하는 박 모 사장)

연초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가운데 설 연휴를 지나면서 동네 식당들도 본격적인 인상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 탓이다. 고기, 채소 등 신선식품은 물론이거니와 밀가루, 고추장,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일제히 오르면서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인원 제한에 따른 타격도 만만치 않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월 대비 3.6%로 집계됐다. 3.6%의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치 2%를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부터 11월(3.8%), 12월(3.7%) 등 넉 달 연속 3%대를 나타냈다. 3%대 물가 상승률이 몇 달간 이어진 것은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이다.

다음달 초 발표되는 2월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개인서비스·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4%대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서면 전 국민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물가 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식품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장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앞서 샘표식품도 간장 17종의 출고가격을 8% 인상한 바 있다. 대상도 오는 7일부터 장류 가격을 평균 11.3% 올린다. 원료비와 각종 제반 비용상승이 제품가 인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즉석밥, 식용유, 우유 등 대부분의 품목들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가격 급등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운용, 식품분야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제시하면서 식품업계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형국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 압박이 거셀 수 밖에 없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앞다퉈 가격을 올렸다.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라 치킨 한 마리에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업계 2위 bhc치킨도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동네 외식업체나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가격 인상을 더 미룰 재간이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고양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이달 각 메뉴당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면서 “현재 가격으로는 순이익이 10%도 채 남지 않는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데 물가가 워낙 뛰어 장사해도 남는 건 없고 죽을 맛이다”고 푸념했다.

자영업자 93만명이 가입한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설 명절 이후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의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서울 구로구의 고깃집 자영업자 변모 씨도 “안그래도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면서 어지간한 단골 손님들이 다 떨어져 나갔는데 가격 인상을 안할 수가 없게 됐다”며 “마진율을 줄이자니 인건비·임대료 같은 고정비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물류비 급등, 인건비 상승 등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는다. 수년간 비용 효율화 등으로 견뎌왔지만 가격 방어는 더 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가 나섰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식품부는 이 자리에서 식품업계의 원재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급등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운용, 식품 분야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 식품기업 지원정책을 안내하고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밥상 물가를 잡긴 난망하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류 대란 해소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출하량 감소로 가격이 뛴 농산물은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농산물의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 때문이 크다. 비축할 수 있는 것은 비축하면 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 달리 방법이 없다. 장바구니 물가의 경우 빠르게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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