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용유·계란값 '들썩'…에그플레이션 우려
[기획] 식용유·계란값 '들썩'…에그플레이션 우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4.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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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밥상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작황 부진과 자국 수요를 우선시한 각국의 수출 제한, 이에 따른 원재료 및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면서 먹거리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함께 식품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5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오는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전 세계 ‘식용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통계를 보면 팜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11월 말 t당 4253링깃(약 122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22일 6330링깃(182만원)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가 수출 금지에 나선 것은 올 초부터 ‘식용유 파동’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지만 사업자들이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하면서 식용유 수급이 불안해졌다. 정부가 내수 공급 의무량을 늘려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아예 수출을 전면 중단키로 한 것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내수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식용유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수출 금지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밥상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발표가 나오자마자 미국 시장에서 콩기름 가격이 4.5% 올랐다.

팜유는 팜 나무의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다. 팜유는 식용유,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것은 물론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들어간다.

식용유 가격이 인상되면 라면을 포함해 튀기고 볶는 음식, 쿠키와 초콜릿 등 제과 제품 가격이 따라 오르게 된다. 식용유 가격은 이미 지난해 가뭄 등의 영향으로 인상되기 시작했고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등세를 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해바라기씨유 수출량의 75%를 맡고 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파괴하고 수출 선박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국내 식용유 가격은 이미 1년 사이 최대 84% 올랐다. 지난해 초 한 통(18L)에 평균 2만2000원이었던 업소용 콩기름 가격은 현재 5만원을 호가한다.

국내 식품 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당분간 버텨본다는 방침이지만, 가격 상승 압박이 심해지면 제품 가격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계약해 놓은 재고로 버틴다고 해도,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도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팜유는 비누, 클렌징폼 등과 더불어 각종 크림과 로션 등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계란값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 22일 특란 30구(1판)의 평균 소비자 판매 가격은 7010원으로 1개월 전(6358원)보다 10.25% 올랐다. 계란 한 판 값이 7000원을 넘은 것은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8월4일 7038원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안정세를 보이던 계란값이 다시 오른 것은 사료에 들어가는 국제 곡물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빠르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곡물의 경우 자국 소비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수출제한 조치가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면서 “내년까지 식료품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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