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피자·치킨·화장품·속옷…'의식주' 모두 올랐다
[기획] 피자·치킨·화장품·속옷…'의식주' 모두 올랐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4.29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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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와 치킨 같은 먹거리부터 화장품, 속옷까지 거의 모든 의식주 품목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세계 곡물·사료값을 뒤흔들면서 국내 물가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각종 농산물 작황 부진과 유가·인건비 상승까지 악재가 줄줄이 겹치면서 거대한 물가 상승의 파고가 생활 전 분야를 덮치고 있다.

◆피자·치킨, 과자·주스 또 오른다

냉동피자 2·3위 기업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28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피자 가격을 각각 1000원씩 올린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고메 칠리 감바스 피자’는 8980원에서 9980원, 풀무원의 ‘노엣지피자’는 6980원에서 7980원이 된다. 올해 초 배달피자 가격이 잇따라 오른 데 이어 냉동피자까지 뛰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치즈 등 원재료값이 상승했다” 며 “이에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냉동피자 시장 1위 ‘오뚜기’는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미노 피자는 피자 10종 가격을 1000원씩 올렸고 미스터피자는 피자 단품의 가격을 2000원 인상했었다. 파파존스는 레귤러(1~2인용) 사이즈를 1000원, 라지(2~3인용) 사이즈를 2000원씩 올려 받고 있다.

치킨 값도 계속 뛰고 있다. BBQ는 다음 달 2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39종의 가격을 최대 70%까지 올린다고 밝혔다. 앞서 황금올리브 치킨 같은 주요 제품의 판매 가격을 같은 날부터 2000원씩 올린다고 밝힌 데 이은 2차 인상이다. BBQ 측은 “곡물·사료 가격이 뛰어 오른 데다 최근 최저임금까지 상승해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1, 2위인 교촌치킨과 bhc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제품 가격을 평균 2000원 올렸다.

먹거리 가격이 연쇄적으로 뛰는 것은 세계 밀 가격과 식물성 기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차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은 주요 밀 생산지인 인도마저 폭염이 덮치면서 밀 수확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해바라기씨·카놀라유와 대체 품목인 콩기름·팜유 가격까지 치솟고 있어 먹거리 가격은 앞으로도 더 가파르게 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음료 업체들은 최근 한달 만에 15% 넘게 오른 수입 냉동 오렌지 주스 가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ICE 뉴욕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7월 냉동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은 1파운드당 172.05센트였다. 한달 전보다 15%가 넘게 올랐고, 올해 1월과 비교하면 23%가 올랐다. 주스용 오렌지의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과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각각 가뭄과 전염병이 번져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화장품, 의류 가격도 연일 최고가 경신

식물성 오일 대란으로 인해 가공용 팜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화장품 가격도 연일 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9개 브랜드의 8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헤라 블랙 쿠션·설화수 윤조 에센스·프리메라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등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화장품 기초 원료인 팜오일·글리세린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해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여기에 포장재와 물류비·인건비 등도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이니스프리·미샤 등의 중저가 화장품이 20~30% 가격을 인상했고, 2월에는 샤넬·디올 등이 화장품과 향수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LG생활건강도 5월 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4% 정도 올린다. LG생활건강의 ‘공진향 군:자양 스킨(140mL)’은 5만2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공진향 군:자양 2종 세트’는 11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오른다. 팜유와 글리세린 국제 판매 가격이 급등한 데다 포장용 종이값, 운송비까지 줄줄이 올라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팜유 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경우 팜유 파생 원료인 글리세린과 지방산을 연간 400~500t가량 수입하고 있다. 지방산과 글리세린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됐고, 현재 지난해 대비 300% 이상 단가 상승이 이루어졌다.

주요 수입 브랜드의 속옷 가격도 올랐다. 빅토리아 시크릿, 와코루, 언더와이어 브라 등은 최근 일제히 제품 가격을 30~40%씩 올렸다. 언더와이어의 일부 브래지어 제품은 3만원 넘게 올랐다.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인 미국이 작년 가뭄을 겪으면서 공급량이 줄었고, 미·중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 위구르산(産) 면화 수입을 금지하면서 면 공급이 더욱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화학 섬유 원료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최근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가격은 t당 930달러 정도로 1년 전보다 38%가 올랐다. 전 세계 주요 의류 업체 대다수가 올해 하반기까지 가격 상승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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