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식값 쉽게 못 올려"…'천정부지' 식용유값에 자영업자 한숨
[기획] "음식값 쉽게 못 올려"…'천정부지' 식용유값에 자영업자 한숨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5.01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성남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해 말 3만원대였던 18ℓ짜리 업소용 식용유 가격이 최근 5만5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A씨는 “거래처에서 이달부터는 식용유 말통 한통에 6만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여기서 더 오르면 치킨을 팔아도 남는게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밀가루에 이어 튀김과 핫도그를 튀기는데 쓰이는 식용유까지 연일 오르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B씨는 “분식집에서 가장 많이 쓰는 원재료들이 최근 급격히 오르면서 월세 내고 인건비 제외하면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치킨·분식 등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작황 부진에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고공행진까지 ‘3중 악재’가 겹쳐 원재료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 팜유의 가격은 t당 1453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년 전과 비교하면 약 2배가 뛰었다.

특히 세계 1위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28일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팜유 수출 금지를 결정하면서 국내 식자재 물가는 더욱 비상이 걸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로 대두유와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의 대체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라면, 과자, 베이커리 등의 업종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말했다.

육류 가격도 비상이다.

글로벌 주요 산지의 곡물 작황 부진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와 돼지, 닭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 중 사료값이 50% 안팎에 달한다.

서울 강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는 “사료 가격 상승이 육류 가격을 올리는 구조”라며 “사료값이 오르면 고깃값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계란 한 판 가격도 8개월여 만에 다시 7000원대로 올라섰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사료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4월말 특란 30구(1판)의 평균 소비자 판매 가격은 7010원으로 전달(6358원)보다 10.3% 올랐다.

각종 음식의 재료로 쓰이는 계란 가격이 오르면 밥상 물가·외식 물가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냉면과 콩국수 가격도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서울지역 냉면 1인분 가격은 평균 9962원으로 1년 전(9077원) 대비 9.7% 올랐다. 유명 냉면 체인점인 ‘봉피양’은 올해 초 냉면 가격을 1000원 올려 한 그릇에 1만5000원을 받고 있다. 을밀대(1만4000원), 을지면옥(1만3000원) 등 서울 시내 다른 유명 냉면집들도 올초 1000원씩 가격을 올렸다. 명동교자의 콩국수 가격도 올초 1000원이 올라 1만1000원으로 조정됐다.

한편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28일 밀은 t 당 396달러에 마감했다. 작년(199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대두 역시 634달러에 거래되며 일년 사이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외식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식량 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결정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15㎏짜리 롯데푸드 정제팜유 최저가가 이날 4만5470원으로 석달새 7% 상승하는 등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이용선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음식점업은 국제곡물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매출 회복 지연과 금리 인상에 직면하고 있다” 며 “코로나19 이후 이미 수익성이 크게 저하돼 재무적 위험도가 높은 소상공인들이 많기 때문에 신용 상태에 따라 폐업 지원과 대출 상환시기 분산 등의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