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껑충' 뛴 수입 소고기·과일값… 국산 농축산물 잘나간다
[기획] '껑충' 뛴 수입 소고기·과일값… 국산 농축산물 잘나간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5.03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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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가 싸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네요. 이 돈이면 국내산 한우를 사 먹는 게 훨씬 낫네요.”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30대 주부 A씨는 미국산 소고기 판매 코너에서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1년 전만 해도 국내산 삼겹살과 비슷했던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A씨는 “미국산 소고기와 한우 값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요즘 국내산 한우를 즐기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국내산 소고기·돼지고기와 과일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해운 운임비용 급등 등 변수로 수입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국산품 대비 훨씬 가파른 탓이다.

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축산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우 매출은 31% 껑충 뛰었고 국산 돼지고기 매출은 8.9% 증가했다. 반면 수입 쇠고기 판매는 11.5% 감소했다.

이는 최근 국산육과 수입육 가격 추이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27일 기준) 미국산 수입 소고기 소매 가격은 4366원(100g 기준)으로 1년 전(2474원)과 비교해 76% 껑충 뛰었다. 수입 돼지고기 소매가 역시 1405원으로 1년 전(1262원)보다 11.3% 올랐다. 반면 국산 삼겹살 가격은 2357원으로 지난해(2244원) 보다 5%, 한우는 1만3507원으로 지난해(1만2850원)보다 5.1% 각각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산 소고기·돼지고기는 수입육 대비 여전히 고가이지만 이처럼 수입육 오름폭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 축산물을 먹자”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산육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일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3월 한 달간 과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국산과일은 9.2% 신장한 반면 수입과일은 12.7% 떨어졌다.

국산 과일이 인기있는 비결은 뭘까.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와 견줘 국산 사과(10㎏) 값은 6만3200원에서 4만5260원으로, 배는 7만8800원에서 5만5800원으로 각각 32%, 29%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수입과일은 가파르게 가격이 치솟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네이블 오렌지(18㎏) 도매가는 7만4660원으로 지난해 5만348원보다 48.2% 높아졌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바나나, 키위 등 수입산 과일들도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20%가량 오른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류대란, 고환율, 유가 고공행진 등이 겹쳐면서 수입과일 가격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40대 주부 B씨는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오렌지 11∼12개를 8000원대에 샀는데 이제는 오렌지도 비싸서 선뜻 못 사 먹겠다”고 아쉬워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환율이 10%가량 오른 데다 전 세계적인 냉장 컨테이너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운송비용마저 20∼30%가량 증가해 수입 물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입 물가가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영향도 크다. 지난 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달러 기준으로는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30%가 넘는 원화 기준보다 크게 낮다.

수입 농축수산물 물가가 뛰면서 밥상 물가 오름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고, 해상 운임도 뛰었다”면서 “2분기(4~6월) 식용·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가 전 분기 대비 각각 10.4%, 13.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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