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수 33%↑ 식용유 23%↑… 가공식품 물가 10년 4개월 만에 최고
[기획] 국수 33%↑ 식용유 23%↑… 가공식품 물가 10년 4개월 만에 최고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6.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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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가 10년4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을수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특성을 감안하면 취약계층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물가를 밀어 올리는 대외 악재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년 만에 4%대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오름세 전방위… 저소득층 타격 우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09.1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6% 올랐다. 2012년 1월 7.9%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오름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 오름세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국수(33.2%), 소금(30.0%), 밀가루(26.0%), 식용유(22.7%), 식초(21.5%) 등이 20%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 부침가루(19.8%), 된장(18.7%), 시리얼(18.5%), 비스킷(18.5%), 간장(18.4%) 등 22개 품목이 10% 이상 올랐다. 반면 편의점 도시락(0.0%), 홍삼(0.0%), 고추장(-1.0%), 오징어채(-3.4%) 등 하락하거나 전년과 같은 품목은 4개에 그쳤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9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생활필수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달 서울시 25개구와 경기도 10개 행정구역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420개 업소에서 생활필수품 39개 품목의 가격을 확인한 결과, 전년 대비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분유(-1.1%), 계란(-2.9%), 샴푸(-2.2%) 뿐이었다. 품목별로 밀가루가 지난해 1㎏당 1482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당 1952원으로 조사돼 31.7% 올랐고, 식용유도 같은 기간 1.8ℓ당 6615원에서 8166원으로 23.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두부는 300g 기준 3120원에서 3708원으로 18.8% 올랐고, 콜라와 사이다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4.9%, 13.3%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뛰면서 특히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품 가격 등에 쓰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비중은 1분위(소득 하위 20%) 21.7%, 2분위 16.7%, 3분위 15.7%, 4분위 14.8%, 5분위 13.2% 등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정부, 올해 물가 전망치 4%대 검토… “인플레 아직 고점 아냐”

물가 상승세는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수정 제시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4%대 물가상승률을 제시하는 건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정책방향’ 당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전망한 바 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는 건 각종 대외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수출 금지 조치 등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물가를 지속적으로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에 따른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현상도 수입 가격을 추가적으로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의 급등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108.3달러로 4월(102.7달러) 보다 상승했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곡물 지수와 육류 지수가 전월 대비 각각 2.2%, 0.5% 올랐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1%에서 2%대 후반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이런 전망치가 공식 발표될 경우,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한층 커지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저성장-고물가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이 아직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하반기에는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횡보하며 경제 성장률이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시적 물가 안정 노력과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 확보로 가계 실질 구매력 확충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2021년 4∼7월 이례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기저효과 등으로 향후 수개월 동안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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