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공행진 하는 물가에 "농산물도 낱개 판매로 필요한 만큼만"
[기획] 고공행진 하는 물가에 "농산물도 낱개 판매로 필요한 만큼만"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6.2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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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맞벌이 신혼부부 이종민씨(37)는 일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주중엔 대부분 외식을 하지만 주말엔 된장찌개나 야채볶음 같은 간단한 집밥을 직접 해 먹는 걸 선호해서다. 김씨는 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감자, 양파 등을 1, 2개씩 원하는 만큼만 집어든다. 김씨는 "물가 상승으로 장보기 비용 부담도 큰 데다 여름에 1망씩 파는 양파를 사면 절반은 썩혀 버리기 일쑤"라며 "한 끼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 품목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대형마트에서도 양파와 파프리카 같은 채소를 낱개로 팔기 시작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에서 주로 팔던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소포장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양파·파프리카 낱개 판매 시작

홈플러스에서는 이달 1∼15일 판매된 수산물 중 소포장 상품의 매출 비중이 1월 대비 20배 증가했다. 이 기간 축산물과 채소류 소포장 상품 매출 비중도 각각 320%와 120% 올랐다. 1·2인 가구가 한 끼에 먹기 적절한 양을 담은 소포장 상품도 나왔다. 기존의 3인분 밀키트 ‘홈플러스시그니처 시리즈 8종’을 1인분으로 만들고, 마트 초밥의 대명사였던 ‘초밥 30입’을 ‘간단초밥 4입’으로 기획했다.

편의점 업계는 초저가 자체브랜드(PB)와 가격을 낮춘 소포장 채소 판매로 고물가 대응에 나섰다. CU는 최근 소포장 채소 시리즈인 ‘싱싱채소’를 출시했다. 싱싱채소 시리즈는 마늘·고추·대파부터 모둠쌈·양배추·감자까지 채소 15종을 1∼2끼 양으로 소분해 판매한다. 삼겹살과 천겹살(항정살), 등심덧살(가브리살) 등 한돈과 스테이크용 부챗살도 200g 소포장으로 판매한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채소류 전문 유통채널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직접 거래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다. CU 관계자는 “싱싱채소 시리즈 판매가는 900∼4500원으로, 업계 평균가 대비 30%가량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율은 59.8%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집앞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낱개 및 1·2인분 소포장 상품을 찾는 발길이 증가했다.

이달(6월 1~19일) 이마트의 소포장 상품 매출은 조각과일 30.3%, 간편채소 7.7% 등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1~15일 수산류 내 소포장 상품 매출 비중이 지난 1월 대비 20배 늘었다. 축산류와 채소류 역시 비중이 각각 320%, 120% 신장했다.

◆편의점에 삼겹살 200g 소포장 상품

GS25는 GS리테일의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초저가 PB인 ‘리얼프라이스’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리얼프라이스는 GS더프레시가 중소업체 상품을 발굴해 일반 상품가보다 70∼80% 수준 가격에 판매하는 초저가 브랜드다. 키친타월·위생장갑·위생팩·롤백 등 공산품 6종을 우선 도입했다. 기존 상품보다 용량은 2배 이상 많으면서도 가격은 약 20% 저렴하다. 주로 주택가 상권 점포에 도입해 앞으로 대상 상품도 늘릴 예정이다. 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기획팀 MD는 “물가 안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GS리테일이 보유한 여러 유통 채널 내·외부와 협업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일주일간 전국 17개 시도별 5개 대형마트(96개 점포)와 ‘양파 낱개 판매 시범행사’를 추진해 현장 반응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소비자는 가구 사정을 고려한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폐기물이 줄어든다는 점 등에 따라 양파 낱개 구매를 선호하며 향후 낱개 구매를 확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마트는 무포장·낱개 형태로 판매 가능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확대할 방침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점별 자율 운영이 이뤄지고 있으나 최근 높은 물가에 필요한 만큼만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포장재 축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침과도 맞아 낱개 판매 상품은 향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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