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라면왕 농심 24년만의 적자 충격…삼양·오뚜기는 웃었다
[기획] 라면왕 농심 24년만의 적자 충격…삼양·오뚜기는 웃었다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2.08.16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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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올해 2분기 국내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라면 업계 국내 1위인 농심이 국내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낸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매출은 늘었으나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지고, 물류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농심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4% 감소했다고 16일 공시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에서는 영업적자 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75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6.7% 증가했다.

매출 상승은 국내와 해외법인 성장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신라면’ ‘너구리’ 등 주력 브랜드의 판매가 증가했고, 미국·중국 등 해외법인은 현지 시장을 확대해 매출이 20.3% 늘었다.

그나마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법인 매출이 같은 기간 20.2% 늘어난 게 연결 기준으로 영업흑자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

매출의 78.9%를 라면류가 차지하는 ‘몰빵형 사업 구조’도 어닝쇼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조치(4월), 인도의 밀 수출 중단 조치(5월) 등으로 밀가루, 팜유 등 라면 원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게 경쟁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고,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농심이 하반기 수익성 개선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3~6월 구입한 원재료가 3분기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정부가 물가 관리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라면 가격을 추가로 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처지다. 라면은 스낵과자, 빵 등과 함께 소비자 물가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라면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15%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삼양식품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2% 증가했다. 매출은 2553억원으로 73% 늘었다.

삼양식품의 호실적은 해외 사업이 견인했다.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갱신했다.

삼양식품 측은 “수출 대상국을 기존 중국·동남아 시장 중심에서 미주·중동·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 등 현지 맞춤형 제품, 불닭소스 등으로 대표 상품인 ‘불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7893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유지류, 간편식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며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이 영업이익에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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