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내 돼지열병 발생..식탁 물가 급등 우려
[기획]국내 돼지열병 발생..식탁 물가 급등 우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9.09.1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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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마켓>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처음 발생한 17일 낮 12시쯤 서울 강남의 음식점은 희비가 엇갈렸다. 돼지고기 전문점은 평소보다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반면 ‘중국집’과 수산물·해물 전문점은 발길이 이어졌다.

 한 김치찌개 전문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빈 좌석이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보다시피 빈 좌석이 있다”며 “고객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돼기고기 전문점은 더욱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A돼지갈비 관계자는 “불황에 임대료와 물가, 인건비 등이 모두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돼지열병까지 발생해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B삼겹살 전문점도 “오늘 저녁 예약 취소가 벌써 두 건이 들어왔다”며 속상해했다.

 직장인 이석훈(36)씨는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는 사람에게 감염이 안 된다고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며 “당분간 돼지고기는 멀리 할 것 같다”고 경계했다.

 ASF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소비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불안심리는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찾는 돼지고기 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살처분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살처분이 증가하면 공급부족으로 돼지고기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돼지열병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8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46.7% 올랐다. 이는 돼지열병으로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의 농장과 이 농장주 소유 2개 농장 돼지 3950두를 이날 중으로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처럼 돼지열병이 ‘공포’로 다가오면서 주부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숙자(55)씨는 “현재 판매 중인 돼지고기는 안심이 돼 넉넉히 구입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늘) 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했는데 소비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구입하는 고객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고객으로 나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수산물 코너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돼지열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질환이 아니어서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돼지고기를 먹을 때 감염 걱정을 할 필요는 없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섭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돼지열병이 사람한테 문제가 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전했다.

 

17일 서울의 한 돼지고기 전문점이 점심시간인데도 고객들이 찾지 않아 텅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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